제약사 CEO들이 뿔났다. 정부의 잇단 약가인하 압박에 국내 주요 제약사 CEO들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는 회원사 143곳으로부터 정부의 약가 일괄인하 정책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18일 청와대, 복지부, 국회, 국무총리실, 의약단체 등에 제출했다.
제약사 대표들은 탄원서를 통해“기등재목록 정비사업과 시장형실거래가제도로 이미 최소 1조원~최대 2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계의 약가인하의 충격과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에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업계가 정부 정책에 집단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은 지난 6일 복지부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추가 약가인하 정책’을 논의한 데 따른 것.
이 정책안에 따르면 정부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을 1년 후 50% 수준으로 추가 인하하고 제네릭 가격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50%까지 내리기로 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했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약가 인하 정책이 실행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이 비슷해짐에 따라 제네릭보다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상 제네릭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사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협회 측은 "획일적인 추가 약가인하는 국민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을 공멸시킬 것"이라며 "이러한 새로운 약가정책으로 3조원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약협회 측에 따르면 이번 반대 서명에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중외제약 등 주요 상위 제약사를 포함, 140곳 이상이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제약업계 홍보 실무자 모임인 홍보전문위원회의 제약협회 편입 작업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소속 회원들은 제약협회 지원 하에 활동하는 것이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현안에 대응하는 게 더 낫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좀처럼 한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제약업계가 강력한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게 고조되었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정부의 추가 약가 인하 조치는 제약업체의 R&D활동과 투자의욕을 위축시켜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