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 한클럽 길게 잡아라
페어웨이 곳곳에서 ‘악’소리가 나는 것이 여름철 수중전(水中戰)이다.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경험했다고 자랑하는 골퍼도 비오는 날의 골프는 어렵기 그지 없다. 흙탕물이 옷에 튀는 것은 기본이고 때로 곁에 서 있던 캐디에게도 민페를 끼치기 일쑤다.
그립닦을 마른 수건, 여러켤레의 장갑과 양말, 그리고 비오는 날의 골프요령을 머리속으로 익혔건만 행동은 엉뚱하게 나타난다. 이때문에 ‘비오는 날의 골프’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헤드업을 하지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지만 어느새 잊어먹는 골퍼의 아이큐는 50. 그런데 비가 오면 그 잘난 아이큐도 20쯤으로 줄어든다.
‘서두르지 말라’고 해도 마음이 급해지고 스윙은 눈깜짝하는 것처럼 빨라진다. 오죽하면 거북이를 생각하라고 했겠는가.
수중전은 거리와 정확성이 더 요구된다. 일단 습기와 빗줄기 저항, 그리고 스윙이 빨라져 제대로 스윙이 안돼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또한 임팩트때 타점이 부정확해지고 페어웨이가 젖어 있어 구르는 거리가 훨씬 짧아진다. 페이스와 볼, 그리고 잔디의 물기로 인해 미스 샷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온다.
비 때문에 코스 상태가 매우 나빠져 가급적 우드보다 아이언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유틸리티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쓴다.
하체의 균형감도 중요하다. 뒤땅은 헤드에 흙이 끼기때문에 낭패를 당한다. 토핑은 굴러가다가 만다. 러프에선 급격한 다운블로 샷으로 잔디가 샤프트에 감겨 실수한다. 그런데 샷이 안되면 몸을 더 쓴다.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골프가 가진 운동역학이다.
무조건 한 클럽 길게 잡고 그립을 조금 내려 잡으면 거리를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 연습스윙을 충분히 한다. 무엇보다 몸을 따듯하게 해야 스윙이 자연스럽게 되므로 바람과 방수가 잘 되는 옷은 필수다. ‘느긋한 마음’으로 비를 받아들이고 즐겁게 플레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