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관련 데이터와 양에 관해서는 제가 업계 뿐 아니라 세계에서 1위라고 자부합니다.”
위문복 하나대투증권 e-비즈니스부 부부장은 증권가에서 ‘걸어다니는 주식 박물관’ 으로 통한다. 지난 15여년간 모은 주식관련 자료의 양만 500GB(기가바이트)가 넘는다. 위 부부장의 자료는 지난 1956년부터 현재까지의 코스피지수 차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1780년 이후 미국증시, 1949년 이후 일본증시, 1958년 이후 독일증시 등 8개 대륙 지수차트는 기본이고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주가의 변화까지 담았다.
그는 단순히 주식관련 자료만 수집하지 않는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주가의 흐름을 족집게처럼 짚어 내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주가지수가 금강산의 높이인 1683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하며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지난 2007년 결국 현실이 됐다. 이후 애널리스트들이 앞다퉈 지수 2300을 전망할 때 조정론을 제기해 다시 한번 현실로 만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지수의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 모두 위 부부장의 입을 주목한다. 위 부부장은 주가지수가 향후 백두산의 높이인 2744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한다.
위 부부장의 자료수집광 행보의 시작은 ‘주가는 반복된다’는 믿음에 따른 차트공부부터였다. 그는 “장기투자에 이용하기 위해 차트를 연구하다 과거의 차트분석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과거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향후의 주가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삼성증권 재직 시 선물약정 수수료 수입 2위를 기록해 시카고 연수를 다녀올 정도의 ‘약정기계’였지만 장기적인 투자안목을 위해 단기적 매매는 모두 포기했다.
주가자료 수집에 대한 열정이 지나치다보니 신혼여행 때도 노트북을 챙겨가 HTS를 봤다. 아내의 첫 출산 때는 길어진 산통에 PC방에서 자료를 다운받느라 아내 옆을 지켜주지도 못했다. 2004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거래소 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증권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미친 듯이 자료를 수집한 결과 수집한 자료를 팔라는 연구기관 등의 요청도 빗발쳤다. 하지만 목숨처럼 아끼는 자료를 돈 몇 푼에 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심 끝에 위 부부장은 개인소장 정보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어플리케이션 개발기술을 배워 지난 3월 ‘주식의 역사’(http://stockhistory.kr)라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앱은 출시 3개월만에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만 3300건이 넘게 다운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아이폰·아이패드용 앱은 지난 주말 유료승인을 받아 1.99달러라는 가격에도 하루에 10개 이상 팔려나가며 해외 공략까지 성공했다. 위 부부장은 “수익금의 일부를 모교에 기부, 어려운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나중에는 수집한 자료를 잘 다듬어 증권역사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