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그룹 운영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는 “해외 금융기관의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만 70세 이상은 CEO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경영권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보다 젊은 조직으로 유도하기 위해 CEO 연령을 제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임 연령 하나만 제한하는 것보다 신규 선임 연령 제한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 효과 차원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CEO 승계 과정을 상시 관리하는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고 CEO와 사외이사 5~7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 위원회는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차기 CEO 후보를 공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 회장은 “CEO 후보군은 그룹 경영회의에 참석하는 자회사 사장단과 부문장 중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외부 인사의 경우) 임원이나 자회사 CEO로 근무해 검증을 받은 후에 회장 CEO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경영회의는 주요 자회사 CEO와 사업부문별 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회의로 이번에 새롭게 도입키로 했다. 한 회장은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집단지성에 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사업모델과 사업부문 단위 경영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IB) 관련 사업부문과 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WM) 사업 부문을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투자 사장 대신 그룹 내 임원이 총괄하는 방식의 매트릭스 체제다.
한 회장은 “내년부터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CIB와 PB·WM 사업에 대해 부문별로 경영관리를 한 후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과도기를 거친 후 신한금융그룹만의 매트릭스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매트릭스 조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부문장의 경우 다른 그룹사처럼 부회장직의 높은 직급이 아니라 은행 부행장 정도의 직급이 맡도록 해 자회사 CEO와의 완력싸움 등을 최소할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회장은 “현 시점에서 은행중심의 금융그룹 인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재무적투자자(SI)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은행과 관련된 M&A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은행 분야에 대한 M&A는 기회가 있을 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 회장은 “은행과 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지위가 취약한 증권, 보험 부문은 지속적으로 대형화의 기회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자체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인수설에 대해서는 “5조3000억원의 엘지카드 차입금 등이 남아 있어 재정적으로 힘들다”며 “다만 2년 정도는 지나야 새로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인수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한 회장은 “영업채널 확대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할 의향이 있다”며 “지방에 충분한 영업망을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를 영업구역으로 하는 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또 “은행식으로 저축은행을 경영하면 연 100억~150억의 이익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2~3년 포기하더라도 앞으로 괜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