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단기외채는 지난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국내에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원화 가치는 상승(환율 하락)했고 채권 금리는 요지부동이였다. 특히 단기외채 급증으로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점이 외환당국이 서둘러 시중은행을 불러모와 선제적 대응에 나선 이유이다.
당시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250%였다. 당국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락한 배경에 선물환 거래 증가가 있다고 판단한 배경인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시중은행의 단기차입은 67억2140만달러로 2년7개월만에 최대치였다. 달러를 차입해 국내 외환시장에 팔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기업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금융기관은 만기까지의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1일 달러당 1091.10원이었던 환율은 한달 새 1065.00원까지 급락했다. 환율 변동을 피하기 위한 선물환 거래가 되레 환율 변동성을 키운 셈이다.
이에 지난 5월19일 당국은 선물환 포지션(자기자본에서 선물환이 차지하는 비중) 한도를 현행보다 20%씩 줄였다.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현 250%에서 200%로, 국내은행은 50%에서 40%로 각각 축소했다.
하지만 효과는 단기간에 그쳤다. 4월 감소했던 은행권의 단기차입은 5월 증가세로 전환했다. 양재룡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역외 외화를 조달해 역외에서 운용하는 부문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외채 급증할 가능성 차단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오전 국민·우리·하나·신한·산업·수출입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인 HSBC, JP모건체이스, 미츠비시도쿄UFJ 은행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7월1일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시행을 눈앞에 둔 시점이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단기외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간담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외채규모가 커지면 국가의 거시건전성을 위협한다”며 “외채는 곧 ‘빚’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정부의 시각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화 차입 증가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8월1일 시행을 앞둔 외화건전성부담금(은행세)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일종의 은행세인 외환건전성부담금은 은행이 보유한 비예금성외화부채의 만기 기간에 따라 0.02%~0.20%포인트의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시중은행 외환담당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미국 양적완화 종료, 그리스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화차입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