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서슬 퍼런 칼날을 피할 수 없는 공제조합·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공정위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공제조합 역시 공정위 출신들의 재취업처로 각광받고 있다.
김선옥 전 부위원장은 1993년 공정위 사무처장, 1996년 공정위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1999년 경기대학교 교수로 진출했다가 2010년부터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역임한 후 나란히 법무법인 세종의 부설연구기관인 시장경제연구원에서 각각 이사장과 운영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최근에는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으로 합류했다. 손 전 부위원장은 광고경품과 과장을 거쳐 소비자보호국 국장, 심판관리관, 상임위원,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올해 1월3일 퇴직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로펌행에 성공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는 김병일·서동원 전 부위원장, 이동규 전 사무처장이 고문으로 있다. 광장에는 조학국 전 부위원장, 율촌에는 박상용 전 사무처장 및 오성환·주순식 전 상임위원, 태평양에는 이병주 전 상임위원, 세종에는 안희원 전 상임위원이 각각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로펌은 일반적으로 장관급인 위원장보다 한 단계 낮은 차관급인 부위원장 출신이 많이 이동하는데, 1등 로펌인 김앤장에는 부위원장급 인사가 최다였다. 업계를 감시했던 이들이 퇴직 후 전문성을 역이용해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 로펌으로 이직할 경우 퇴직 전 급여의 최소 2배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정위 퇴직자는 “우리 사회에는 의리라는 것이 있어 재직시 봐준 사람을 잊지 않고 나중에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로펌의 한 변호사도 “퇴직자들 사이에는 ‘끈 떨어지기 전에 빨리 취직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어 되도록 공백기관을 줄이려 한다”며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로펌으로 행로가 정해진 경우는 퇴직 전부터 업체와 합의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로펌에서 대부분의 공정위 과징금 소송을 맡고 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9월까지 공정위의 10억원이상 과징금 처분 사건 소송 128건의 대리인 중 김앤장, 광장 등 대형로펌이 89.9%를 차지했다.
로펌에서 재직 당시의 심결 능력보다 퇴직 전 지위를 보고 영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 심결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장관급인 위원장 출신들은 대부분 학계에 몸을 담고 있다.
대학 교단에는 권오승·강철규·한이헌 전 위원장이 각각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전주 우석대학교 총장,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중 권 전 위원장은 국내에 공정거래법을 처음으로 들여와 ‘공정거래법의 대부’로 알려져 있으며 KCC 사외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10대 위원장을 역임한 전윤철 전 위원장은 1997년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2000년에 제2대 기획예산처 장관,2003년 재경부 장관,2008년 감사원장을 끝으로 공직생활를 마감하고 현재는 조선대학교 법학대학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정호열 전 위원장은 퇴임후 성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동원 전 부위원장, 허선 전 사무처장도 각각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객원교수,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기업에도 속속 진출했다. 김병배·강대형 전 부위원장은 각각 현대증권·신세계 사외이사를, 이병주 전 상임위원은 현대미포조선·한국모비스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이남기 전 위원장은 한국 경영기술컨설턴트 협회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유일하게 현직에서 활약중인 백용호 전 위원장은 1년4개월 근무한 뒤 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공정위 출신들은 로펌과 대학, 기업뿐 아니라 공제조합에서도 요직을 차지 하고 있다. 공정위가 관리 감독을 하는 직접판매공제조합, 특수판매공제조합,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 등 조합 4곳 중 3곳 이사장이 모두 공정위 출신이다.
특수판매공제조합에는 김선옥 전 부위원장, 직접판매공제조합에는 남선우 전 공보관, 한국상조공제조합에는 김범조 전 조사국장 등 공정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한 공정위 퇴직자는 “조합과 공정위 간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조합들은 공정위 출신을 영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