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 상호를 쓰는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전에 나섰다.
26일 법무법인 광장에 따르면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9개 범현대 계열사가 이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상대로 상호에서 '현대'를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란 상호가 12년 동안 사용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법적 대응을 한 것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문이다.
원고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현대 계열사로 오인될 수 있어 계열사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대 계열사들은 지난 14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경고 서한을 보내 상호에 `현대'를 사용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거부하자 전격적으로 '소송카드'를 꺼내 들었다. 범현대 기업들이 상호 문제로 공동 소송전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1999년 상호에 '현대'를 붙인 이래 기업 이미지를 옛 현대그룹과 고의로 결부시키려 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김재박 전 LG 프로야구단 감독을 자사 광고에 출연시킨 것을 대표적인 '현대 브랜드' 훼손 사례로 꼽았다.
김씨가 현대유니콘스 야구단 감독직을 10년간 맡아 현대그룹을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범현대 기업들은 의심하고 있다.
범현대 기업들은 이번 소송과 별도로 '현대'가 붙은 다른 상호에도 법적으로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소송전은 확대될 전망이다.
광장 관계자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외에도 상호에 `현대'를 넣어 현대 계열사 행세를 하는 기업에 는 적절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