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연임이 확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올해는 없어서는 안될 시간이다.
반 총장은 재선을 위한 공식 출사표를 던진 후 불과 2주 만에 유엔 총회 승인 절차까지 초고속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역대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도 가장 빠른 경우라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했다.
반 총장의 연임 전망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서방 언론들의 질책과 유엔 내부 반개혁 세력의 뒷담화, 반미 정서를 지닌 국가들의 은근한 질시 등으로 연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거셌다.
반 총장의 최대 후원국이자 유엔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미국 내에서도 반 총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코트디부아르의 대선 결과 불복에 따른 내전이었다.
반 총장은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의 사퇴 불복에 맞서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고, 현지 유엔군의 실질적 사령관격인 한국인 최영진 사무총장 특별대표를 통해 정치적·군사적 해결 방안을 동시에 타진했다.
결국 그바그보는 4개월여 만에 백기를 들었고 반 총장은 시끄럽고 복잡한 아프리카 국가의 내정 문제를 해결한 출중한 사무총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의 재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이었다.
시민혁명에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를 시작으로 민주화 물결이 확산된 후 누구보다 먼저 시위대의 편에 서서 독재 정권을 비난했다.
특히 리비아 사태가 터진후에는 자국민에 대한 탄압에 유엔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을 뿐민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적극 지지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일가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를 처음 꺼내기도 했다.
코트디부아르 사태와 중동 민주화 물결을 겪으면서 반 총장의 리도십 논란은 사그라들었고 미국은 물론 프랑스 등 강력한 우호세력도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