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관예우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부 산하기관과 로펌 등에 상당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경부는 중앙부처를 통틀어 산하 공기업이나 각종 유관협회가 가장 많은 데다 업무 성격상 기업들과 접촉하는 일도 잦아 퇴직 관료들이 옮겨갈 자리가 많다.
우선 상공부 장관으로는 36대 상공부 장관과 9대 동자부장관을 역임했던 이봉서 전 장관이 현재 한국능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미국 연방은행 조사역과 세계은행 조사역을 거쳐 1971년 국무총리 경제 비서관으로 관계에 입문한 뒤 노태우 정부 시절 동력자원부 장관과 상공부 장관을 지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시아개발은행(ADB) 동우회장에 뽑히기도 했다.
김철수 전 장관은 1993년 상공부와 동자부를 통합해 처음으로 신설된 상공자원부의 1대 장관이자 상공자원부의 마지막 장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상공자원부 장관에 오르기 전인 1990년 특허청 제7대청장에 발탁됐다. 그후 대한무역진흥공사 사장, 상공부 장관을 역임했다.
장관 퇴임이후에는 외무부 국제통상대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세종대학교 경제무역학과 교수, 세종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 이후 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 두산인프라코어(주) 사외이사,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 정유사녹색기금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리 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재직중이다.
통상부 장관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진주산업대 총장,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이사장을 지냈다. 최근에는 지난해 4월 사천, 진주와 하동, 함양, 거창 등의 지역에 도시가스와 천연가스 충전사업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지에스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지경부 장관 출신들 중 기업에 자리를 잡은 인물로는 이희범 전 장관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 전 장관은 제12회 행정고시출신으로 상공자원부 사무관, 산자부 차관보, 제3대 산자부 차관, 제7대 서울산업대 총장을 거쳐 2003년 12월 제8대 산자부 장관에 취임했다.
장관에서 물러난 후에는 2006년 4월 한미경제협의회 회장을 지냈으며, 2009년에는 STX그룹 에너지부문 총괄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제10대 산자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전 장관은 17회 행정고시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사회개발계획과 과장,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 과장, 재정경제부 차관보,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을 거쳤다.퇴임 이후에는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2010년 3월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산자부 3대 장관을 지낸 김영호 전 장관은 당시 정보화시대의 새로운 산업정책으로 ‘쌍두마차론’을 주창했다. 1995년 산자부 산업기술발전심의회 위원장과 산자원부 장관 퇴임 후 지금은 유한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신국환 4, 6대 산자부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만 산업자원부 장관을 두차례나 역임한 정통 상공관료 출신이다. 2000년 산업장관으로 '친정'으로 금의환향했다가 이듬해 3월 물러난 뒤 10개월여만인 2002년초 장관으로 복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신 전 장관은 상공부 사무관으로 관직에 입문, 유신시절과 5공을 거치면서 수출과장, 상역국장, 1차관보 등 핵심 요직을 맡았고 공업진흥청장을 마지막으로 관료 생활을 청산하고 삼성물산, 한국전력공사 고문 등을 지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윤호 초대 지경부 전 장관은 행정고시 13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나 3년만에 퇴직하고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전국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럭키금성경제연구소 이사, 상무이사, 전무이사를 거쳐 LG경제연구원 대표이사 부사장, 원장을 역임했다. 장관 퇴임후 현재는 러시아대사관 대사로 취임했다.
산자부에서 지경부로 부처 조직이 개편되면서 지경부로 소속이 변경된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들은 민간기업과 자산운용사 수장 등의 자리를 꿰찼다.
이석채 2대 장관은 국무총리 기획조정실에서 공직을 시작해 경제기획원 사문관, 예산실 실장, 1994년 농림수산부 차관(1994년 5월), 재정경제원 차관(1994년 12월)을 거쳤다. 이 전 장관은 2009년 초 공모를 통해 납품비리로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KT의 선장을 맡으면서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했다.
최근 초스피드로 KT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과감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4대 배순훈 전 장관은 1980년 상공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대우전자 회장,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부총장을 거쳐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재직중이다.
안병엽 전 장관은 11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투자과, 조정총괄과장, 감사관,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을 지냈다. 이후 정통부 실장, 차관을 거쳐 2000년 6대 정통부장관으로 임명됐다. 퇴임 이후 고려신용정보 사외이사와 피닉스자산운용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고 있다.
9대 진대제 전 장관은 미국 휴렛 패커드 IBM 연구원으로 일하다 삼성전자로 스카웃돼16메가 D램부터 삼성의 반도체 독자개발을 지휘했다. 2002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를 설립해 대표이사에 재직중이다.
한 전문가는 “지경부 출신 퇴직 관료들이 승승장구하며 어렵지 않게 퇴직 후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끈끈하고 촘촘하게 엮여 있는 인맥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