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상황을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리베이트 쌍벌제’로 영업활동은‘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정책은 당장의‘수익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 제조시설기준 및 허가규정도 강화돼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비도 대폭 늘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정부의 ‘토끼몰이식’압박도 이미 선을 넘었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야말로‘3중고’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제약사들에게 최소한의‘살길’은 마련해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중 삼중의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에 제약업계는 “제약산업을 포기하라는 말이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한국제약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약가인하 정책만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입어 추가적 약가인하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제약업회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생존 돌파구인 연구개발과 해외진출에 힘을 쏟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기존 약가인하 제도만으로도 타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도 “약값 인하만으론 리베이트를 근절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산업 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의료보험료 현실화, 의료수가 조정, 그리고 제약회사의 고통 분담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약값 인하 의지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때문이다. 은인구 고령화와 약제비 과잉 지출 등으로 건강보험재정 적자는 매년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1조3000억원에 달했고, 건강보험료는 올 들어 5.9% 인상됐다.
◇수위 높이는 리베이트 단속에 매출 직격탄= 제약업계가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단속 의지 때문이다. 2009년 하반기 불법 리베이트 규제가 시작된 이후, 복지부를 비롯 공정위, 검찰 등에서 다방면의 조사가 시작됐다. 이로 인해 상위사들의 영업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리베이트와 관련된 ‘사정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4월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특별단속 기간(4월 1일~9월 30일)을 정해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힌 것.
리베이트는 비슷한 품목의 제너릭 의약품이 난무하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제약사들의 현실적인 주요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렇기에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제약업체들의 수익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조사기관인 유비스트(UBIST)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업체의 원외처방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752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4.2%, 2월 6.9%, 3월 4.8% 등 갈수록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제너릭 대신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이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더욱 설자리를 잃고 있다. 실제 국내 상위 10개사의 원외처방조제액은 전년 대비 2% 감소해 부진을 이어갔다. 또 주요 제약사들의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도 대부분 기대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대신증권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2008년 이후 국내 제약시장 성장률은 계속 둔화 추세에 있으며 올해 국내 제약시장은 약 6.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이어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인해 정부의 약가인하 의지는 계속될 것이며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인해 과거와 같은 제네릭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리베이트 쌍벌제 : 리베이트로 인한 비용이 약값에 반영되어, 국민이 불공정 리베이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악순환을 근절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라고도 한다. 병원·약국 등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상한금액과 구입금액의 차액 중 70%를 수익으로 제공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그 혜택을 병원과 약국, 환자가 공유하는 제도로 2012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