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본격화를 앞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공적자금 조성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조성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지난 3월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통해 최대 15조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최근의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 등을 고려할 때 특별계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금보험기금 내에 설치된 저축은행 특별계정으로는 저축은행 부실을 해결하는데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적자금 조성이 결정될 경우 정부가 보증하는 예보채를 발행해 부족한 구조조정 자금을 메우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현재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 올해 3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설치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이외에 별도의 공적자금 조성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공적자금 조성을 공식화할 경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 투입이 정부의 실정을 세금으로 막으려 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부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통해 최대 15조 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지만 하반기에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해 여러 저축은행이 무너지고 뱅크런 사태마저 뒤따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구조조정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미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4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금융당국이 당초 7개 저축은행 매각 예상자금은 6조5000억원 안팎. 그러나 숨은 부실이 드러나면서 적게는 7조원에서 최대 9조원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에 이뤄진 저축은행 구조조정만으로도 실탄을 거의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어차피 할 거라면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공적자금 조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미적거리면 시장에선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저축은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저축은행 부실 해결을 미루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당국이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