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IT기업 중심 브랜드 구축 '열풍'

입력 2011-06-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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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갤럭시·LG-옵티머스·기아차-K로 효과 톡톡

▲삼성전자 모델이 4월28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S2 미디어데이'에서 '갤럭시S2'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브랜드 통합 또는 새로운 네이밍(이름을 붙이는 것) 전략을 피고 있다. 각 사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브랜드 강화 열풍은 해외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주로 불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지만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은 드물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랜드 가치 전문 평가기관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MBO)’와 공동으로 ‘2010 글로벌 100대 브랜드’ 선정, 발표했다. 100대 브랜드에 속한 한국 기업은 삼성(68위)가 유일했다. 현대자동차·LG 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기업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으나 100대 브랜드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 구축의 최우선 과제로 네이밍 전략을 펴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이 전략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이다.

세계적으로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권에 있는 삼성은 휴대폰 전략을 수정했다. 전세계 시장에 삼성을 알린 ‘애니콜(Anycall)’ 브랜드는 일반폰(퓨처폰)에만 붙이고 ‘갤럭시’ 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모바일 기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애니콜은 ‘언제 어디서나 터진다’는 뜻이다. 삼성은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으며 단일 브랜드로 삼성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일부 외국에서는 콜걸을 부르는 의미로 ‘애니콜’이라는 단어가 쓰여 잘못된 브랜드 예로 회자되곤 한다.

▲LG전자 모델이 3월10일 홍콩 침사추이에서 열린 '옵티머스 2X' 출시 행사장에서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 2X'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LG는 해외시장 전략폰으로 ‘샤인(Shine)’과 ‘초콜릿(Chocolate)’을 출시했다. 문제는 네이밍의 이름에서 시작됐다. 샤인은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갖는다. 초콜릿도 흑인의 피부 색을 의미, 인종 차별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휴대폰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LG는 대표 휴대폰 브랜드였던 싸이언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전자기기 시장에서 하향세를 보이던 애플은 성장세로 돌아선 배경 중 하나는 아이(i)시리즈다.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아이패드는 대표적인 스마트폰·태블릿의 대명사로 인정받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아이(i)시리즈가 정식으로 출시 안된 국가에서도 아이(i) 열풍이 불었다.

삼성과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먼저 삼성과 LG라는 이미지를 전 계열사 대부분의 브랜드 사용했다. 프리미어리그·올림픽 등 스포츠 마케팅과 제품 품질 개선으로 그룹 이미지가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다. 이어 대부분의 기존 브랜드 명을 없애고 일부만 남겼다. 삼성은 새로운 대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갤럭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모바일 라인업 갤럭시시리즈는 애플 제품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은하계를 뜻하는 갤럭시는 최신 기기 사양에 안드로이드(인간모양의 로봇을 뜻함) 운영체제에 이미지를 맞췄다. 갤럭시는 해외 시장에 보편적으로 발음할 수 있는 단어다.

LG전자의 옵티머스는 '가장 좋은', '최선의'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현재까지는 네이밍에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 전격 공개된 기아차 K2.
자동차시장에서도 브랜드 네임의 명암이 있었다.

1970년대말 미국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일본 완성차 메이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브랜드 이미지였다. 다분히 일본색이 강한 브랜드 이름은 초기 시장진입과 확대에 악영향을 미쳤다.

소니(sony)와 산요(sanyo) 등 전세계 모든 언어권에서 가장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음절 ‘니(Ni)’를 갖춘 전자회사와 달리 토요타(toyota)와 혼다(honda), 마쓰다(mazda) 등은 탁음과 파열음 등이 가득했다. 생소한 이름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줬다.

결국 이를 극복하고 시장 확대에 나서기 위해 별도의 브랜드 전략을 앞세웠다. 영어권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쉽게 통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급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브랜드가 도요타의 렉서스(lexus), 혼다의 어큐라(acura), 닛산의 인피니티(infiniti)다. 이들은 기존 브랜드와 달리 차급을 고급화하면서 시장확대에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한국의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미국시장에서 ‘값싼 한국 현다이’로 불리며 브랜드 이미지가 폄하됐다.

현대차는 작고 단순하며 기억하기 쉬운 모델 라인업으로 i시리즈를 내세웠다. 메이커 자체는 현대차를 고집하되 모델 라인업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i를 내세운 것.

미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기아차는 세단 라인업을 K시리즈로 통일했다. 기아차의 이니셜과 상통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i와 기아차의 K는 메이커를 의미하는 브랜드보다 모델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브랜드 전략은 이제 특정 지역에 특정 브랜드를 투입하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좋은 예가 바로 중국이다.

미국 GM은 자국시장보다 더 커대해진 중국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현지전략형 모델을 선보여왔다. 이를 위해 ‘바오준’이라는 별도의 현지전략형 브랜드를 앞세워왔다.

일본 메이커는 물론 한국의 현대차 역시 중국시장을 위한 별도 브랜드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제 브랜드가 하나의 커다란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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