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판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모바일메신저를 애플 운영체제 iSO5 기반의 단말기에 기본 탑재할 것이라 밝힌 다음날인 8일 판교세븐벤처밸리 카카오 사무실에서 이확영 카카오 기술담당이사(CTO)를 직접 만났다.
이확영 CTO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이폰만 가지고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아이메시지의 한계를 지적한 뒤 향후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은 RIM의 블랙베리 버전부터 바다폰 버전까지 플랫폼을 계속 늘려가고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 89학번인 이 CTO는 석사를 마치고 삼성SDS를 거쳐 최초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였던 프리챌 창업에 일조했다. 그는 창업자인 전제완 대표가 구속된 이후 회사를 떠나게 됐고 NHN에서 웹개발을 담당했으며 그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다음, 야후와 함께 국내 포털 빅3로 군림했던 프리챌의 파산에 대한 그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땀 흘려서 밤새서 만든 서비스들인데 끝까지 가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위에서 전형적인 ‘천재’ 개발자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 CTO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끼고 살았고 전자회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할 줄 아는 것이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며 자신보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카카오에도 많다며 수줍게 웃었다.
지난해 3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현재 가입자 수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가입자가 늘어날 것은 예상했지만 예상했던 수치를 뒤엎는 결과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줄은 카카오 내에서도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올해 3월까지 30명이었던 직원수도 최근 몇 달 사이에 80명까지 늘어났다. 인터뷰 당일 날도 2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와 전체 회의에서 회사가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카카오 개발자들의 평균 연령은 35살. 벤처기업치고 평균 연령이 높은 이유는 한 가지만 잘하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 본 경력자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서 삭제된 메시지를 경찰이 복원해 증거로 확보했던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 저장 방식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CTO는 하루에도 4억건의 메시지가 오가는데 실시간으로 지우진 못하지만 읽은 메시지는 다 지운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읽지 않은 메시지는 한달 동안 보관하며 한달이 지나면 삭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문메시지(SMS)라면 보내는 순간 없어지는 것이 맞지만 카카오톡은 일종의 ‘쪽지’ 서비스로 데이터가 남을 수밖에 없으며 범죄수사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우자는 것이 방침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에 대한 입장도 확고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음성통화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애플 역시 m-VoIP에 대한 개발은 마쳤지만 3세대(G)망에서 통화 품질이 떨어지므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 CTO는 카카오톡이 이제 시작이라고 자신감있게 말했다. 현재는 1500만명이 쓰고 있지만 향후 5000만명, 1억명이 쓰는 메신저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메신저는 전자책이나 게임과 달리 필요할 때만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쓰는 이상 계속 쓸 수 밖에 없고 라이프사이클이 길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내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못 박은 이 CTO는 5000만명, 1억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조를 확장성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톡의 서버가 1000대라면 1억명이 사용할 경우 5000대가 필요하며 이것을 잘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CTO는 카카오톡이 개인적인 대화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소셜플랫폼으로서 트위터,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