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 인수합병(M&A)에 소식에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당국의 스팩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그로쓰스팩은 터치스크린 패널과 신소재 제조기업인 선텔과 합병 후 거래가 재개되면서 사흘 연속 하락해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합병에 성공한 신영스팩1호와 HMC스펙1호도 합병 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주들이 합병 결의를 반대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대신그로쓰스팩은 기관투자가들이 비상장사 합병에 반대하면서 당초 지난 7일로 예정됐던 주주총회를 연기했다.
당시 대신스팩의 주가가 1870원으로 공모가 2000원에 미치지 못하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당시 주가보다 6.82%(137원) 높은 2007원에 주식을 팔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스팩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기천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은 “스팩은 우량 기업을 합병대상으로 하지만 기업공개(IPO)의 양적·질적 요건을 갖춘 우량기업은 IPO를 원한다”며 “현행제도와 현실의 괴리로 스팩이 기업공개보다 나은 점은 기간 단축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팩은 피합병 기업이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우회상장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스팩의 일률적인 가치산정 방법도 문제로 지적된다.
IPO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것과 달리 스팩의 수익가치 산정은 2개년도의 예상 단기순이익에 자본환원율 10%를 적용한 수치 등으로 한정돼 있다.
성장가능성이 월등한 기업의 경우 2년 후에도 높은 수익을 낼수도 있지만 수익가치 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합병심사 기간 동안 매매가 정지되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스팩이 합병 심사를 받을 때 매매정지가 되지 않는다"며 "거래정지 제도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 증권사 스팩 관계자는 “매매정지가 끝나고 주가가 상승할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 지분부족으로 합병 추진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제도를 섬세하게 조율하려는 노력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의견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팩이 우회상장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데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