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정년퇴임 하는 이홍훈(65) 대법관이 35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나며 "자신을 비우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사법부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31일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회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 사물이 있어야 할 이상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정의를 선언하는 것은 법관의 숙명이었다.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벅차고도 벅찬 일이었다"며 지나온 법관 생활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내가 찾은 방법은 나를 비우고 가볍게 함으로써 사물과 인생의 근본에 다가가는 것이었다"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것은 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관은 "어떤 한 인생이 던지는 절박한 호소 앞에서 법이 진정 추구하는 바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우리 사회의 굴곡진 역사의 한가운데서 의미 있는 변화와 함께하고자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두지 못하고 사회의 큰 흐름을 큰 눈으로 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뼈에 저미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는 시구를 인용하면서 "역사와 사회에 대한 믿음을 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며 떠난다"고 퇴임사를 마쳤다.
이 대법관은 퇴임하는 대로 고향(전북 고창)에 내려가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관은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변호사법이 지난 17일 공포된 것과 관련,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당분간 개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전관예우 금지법에 따라 퇴임한 대법관은 1년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대법관은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4기)과 군 복무를 마치고 1977년 서울지법 영등포지원에서 판사를 시작, 서울민사지법과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도서관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을 거치고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