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월요병에 시달리는가,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는가, 디지털 제품을 잘 다루지 못해 시대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드는가, 잘못된 술자리로 인간관계와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가, 일에 치어 살아 가족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가, 노후 설계와 재테크 때문에 고민하는가?”
사람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의 현안들에 대한 명쾌한 해법이 필요할 때 정신적 지주를 찾기 마련이다.
오마에 겐이치 UCLA(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리스 대학원) 정책학부 교수는 경영의 ‘구루(guru)’로 불리며 일반인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통상의 경제 석학들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현상을 논하는 것과 달리, 오마에 교수는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을 넘나들면서 사회 현상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오마에 교수는 출발부터가 다른 경제 석학들과 달랐다.
오마에 교수는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도쿄공업대학 대학원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원자력 공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핵 전문가인 오마에 교수가 경영 컨설턴트이자 현대 경영의 구루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입사한 히타치제작소를 1971년 나와 같은 해 미국 싱크탱크인 매킨지앤드컴퍼니로 옮기면서부터다.
당시 매킨지는 일본에 지사를 설립, 오마에 교수는 매킨지 일본 지사로 옮긴 뒤 경영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그 때부터 모아둔 글들을 1975년 ‘기업참모’라는 책으로 펴냈다.
‘기업참모’는 새로운 시대의 기업 전쟁에서 살아 남는 비법은 기업의 중추로서 전략적 행동지침을 만들어 내, 그것을 실행시키는 힘을 지닌 ‘기업참모’집단이 쥐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지침서다.
‘기업참모’는 기업의 전략적 사고 방식의 고전으로 통하고 있으며,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오마에 교수는 매킨지 일본 지사장과 매킨지 아시아·태평양 지국장을 지내면서도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 오히려 글로벌한 관점과 대담한 발상으로 활발한 평론과 제언활동을 했다.
그가 1986년 펴낸 ‘신(新) 국부론’은 제2차 대전 이후 40년간의 세계의 모순을 지적하며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신국부론’은 “일본이 경제대국에 올랐지만 모두가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라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수치 상으로는 일본에 못 미치지만 일본보다 행복해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오마에 교수는 ‘신국부론’에서 ‘국부’란 국가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모든 구성원들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수의 일본인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깨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인간의 이기심이 강력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고전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당시 오마에 교수의 ‘신국부론’은 국수적인 시각에서 일본인들의 획일적인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하면서 국제 사회에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마에 교수는 미시적인 부분에도 초점을 맞췄다. 특히 그는 자기계발서를 잇따라 펴내면서 장기 불황으로 패배주의에 물든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오마에 교수는 2009년 출간한 ‘지식의 쇠퇴’에서 경영 컨설턴트이자 칼럼니스트로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식의 쇠퇴’는 제목 그대로 지식의 쇠퇴, 사고력의 저하, 저IQ 사회 등 오마에 교수가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파악한 주제들을 가감 없이 비판한 책이다.
오마에 교수는 제로금리 시대에도 저축률은 최고인 일본과 주입식 교육, 무관심, 깊은 생각 없이 쉬운 선택만 종용하는 사회 등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사회에 나타난 현상을 우려하고, 동시에 이대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국가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생활을 지키고, 자신의 인생을 재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개인의 지성이 모여 생기는 ‘집단지능’을 통해 국가 전체의 지능을 높여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에 교수는 일본의 우익 인사로 꼽히지만 ‘지식의 쇠퇴’에서는 전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