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온 산둔(가명)씨는 현지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 했기 때문이다. 당장의 생활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산둔씨가 보내주는 돈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사장이 밀린 월급을 곧 주겠다며 사업장 이동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직장을 옮기지도 못 한다. 주변에서는 원인도 모르고 돌연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와 산둔씨의 한숨은 깊어갈 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힘들고 위험한 일(3D)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외국인 노동자가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 한국인보다 적은 보수에 차별까지 받으며 근로 빈곤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살아가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국내 취업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7시간 일하고 월 평균 154만9200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숙식비용을 공제해야 한다는 중소기업업계의 주장에 따라 관계 법령이 개정돼 최저임금의 20% 가량을 덜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체불액이 2007년 62억8000만원에서 2009년 236억8500만원으로 2년 사이 4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도 같은 기간 2249명에서 9452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21~30만원이 32.4%, 31~50만원이 24.4%로 월 평균 생활비가 50만원을 넘지 않은 경우가 절반에 가까웠다. 임금의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보내기 때문에 남는 돈으로 저축은 커녕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1주일에 평균 4일 이상 잔업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49.4%, 야간근로 45.6%, 한 달에 2번 이상 휴일 근무가 8.9% 등으로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월급 140만원 정도를 받는데 이중 80~90%를 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다”며 “이들이 월급의 30~40%는 한국에서 문화생활 등을 하는데 쓸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구직자들이 취업난을 겪자 3D 업종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고용주들은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는 내국인 근로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재취업 등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안대환 이사장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숙사를 열악한 환경의 컨테이너로 대체하는 것은 후진국 수준의 처우”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재취업 문제나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