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說野說]국회 ‘사랑재’ 한옥에 생뚱맞은 호화 샹들리에?

입력 2011-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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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동산에 지은 전통가옥 ‘사랑재’에 유럽식 조명기구인 거대한 샹들리에가 설치돼 부조화스러운 광경을 연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사랑재는 국회 외빈ㆍ국빈 접견용으로 건축됐다. 박희태 의장은 G20국회의장 회의 개막에 앞서 지난 16일 열린 사랑재 준공식에서 “우리 국회에는 모두 시멘트 건물이고 우리 전통과 문화를 내보일만한 건물이 없었다. 오늘 자랑할 만한 한옥을 건축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연건평 446㎡(135평), 공사비만 41억원을 들여 1년 3개월에 걸쳐 완공된 사랑재는 한국 전통의 면모를 그대로 갖췄다.

사랑재의 첫 손님은 이번 G20국회의장 회의 차 국회에 방문한 주요국 국회의장들이었다. 각국 대표들은 회의 첫날인 19일 사랑재를 찾아 인삼닭죽, 한우갈비구이, 야채비빔밥 등 한식으로 차려진 오찬을 즐겼다.

하지만 2주전 취재차 사랑재를 둘러본 기자는 감탄보다 아쉬움이 앞섰다. 사랑재 대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유럽식 조명기구인 거대한 샹들리에 4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국회 시설과 관계자는 “1500*1500*800짜리 샹들리에 가격은 950만원, 800*800*500짜리 가격은 400만원이며 특수주문제작한 최고급 크리스털 샹들리에”라고 밝혔다. 큰 것 두 개, 작은 것 두 개 가격을 합치면 총 3000여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사랑재와 샹들리에의 ‘부조화’였다. 인간문화재 신응수 대목장과 전통옻칠 인간문화재 정수화 옻칠장 등의 손을 거쳐, 경복궁 경회루와 동일한 건축양식에 따라 90년 이상 된 강원도 소나무로만 지어진 전통가옥의 숨결이 생뚱맞은 조명장식 때문에 취지가 퇴색되고 말았던 것.

시설과 관계자는 “한옥 자체에 조명설비가 없어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한옥의 운치는 화려함이 아닌 절제와 소박함이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 마주친 광경이 자신의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샹들리에였을 G20 국회의장들. 과연 이들에게 사랑재를 ‘한국의 전통가옥’이라 자신 있게 소개해도 괜찮을지, 곰곰히 생각해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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