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일본이 재정적자 부담과 다양한 하방 리스크로 인해 피해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89년 통일한 동서독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빚어진 시행착오에서 일본 경제 부흥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미즈호종합연구소(MRI)는 최근 보고서에서 동서독 통일 당시 다양한 증세 조치의 일환으로 1991년 도입한 연대부가세에 주목했다.
연대부가세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7.5%의 세율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으로, 상당한 수준의 세수를 늘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당시 동독과 서독이 통일하면서 1990년부터 4년간 1200억마르크의 거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경제가 통합되자 매년 1500억마르크라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 세수원이 절실했다.
이에 독일 연방정부는 통일세를 신설, 여기에 연대부가세까지 만들어 통일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은 크게 늘었다.
독일의 전통적인 사회적 시장주의에 입각하면 국민이 한데 뭉쳐 동독의 부흥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당연하지만 이것이 모든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도 증세보다는 세출 삭감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찬반 양론이 충돌했다.
증세의 결과는 참담했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 이후 독일 경제는 한동안 ‘통일 특수’로 경제성장률이 5%에 육박했지만 물가가 치솟는 등 점차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
급기야 증세 부작용에다 금융 규제 강화로 통일 2년 후인 1992년 후반에는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1993년에는 유럽 지역 내에서도 최악의 침체 국면에 빠졌다.
그럼에도 MRI는 독일의 시행착오를 통해 대지진으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일본이 배울 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MRI는 독일의 도전정신을 꼽았다. 당시 독일 연방정부는 동독의 인프라 정비를 위해 재정 지출과 함께 독일 통일기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민간 자금도 적극 활용, 1990년 설립된 신탁공사가 동독 시절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발벗고 나섰다. 신탁공사는 민영화한 기업들에 프랑스와 스위스 등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동독의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불거진 토지 소유권과 환경오염 문제를 차례로 해결했다.
또 독일 연방정부는 금융 지원의 일환으로 유럽부흥기금ㆍ유럽투자은행ㆍ부흥금융공고 등을 통한 다양한 융자 및 투자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신을 확대했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과 모기지를 통해서도 지원했다.
동서독 통일 20주년을 맞은 2009년, 동독과 서독의 자금 이전은 민영화 수입과 세수를 제외하고도 1조4000억유로(약 2160조원)에 이르는 성과를 거뒀다고 MRI는 전했다.
MRI는 독일 통일의 이면에선 여전히 부흥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큰 틀을 감안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쟁은 잠시 뒤로 밀어놓고 피해 복구에 초점을 맞춰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현재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에만 10조엔(약 134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복구 재원으로 4조153억엔의 1차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을 뿐이어서 갈 길은 멀다. 현재 소비세율 인상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며, 기업들을 달래 겨우 법인세율 인하 시기를 겨우 늦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