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를 선출할 때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면 국회의 입법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재훈 연구위원은 17일 '공천제도와 입법생산성 : 정치경제학적 구조 및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상향식 공천을 채택하면 하향식 공천에 비해 연간 164건의 법안이 더 처리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의원발의 법안에 한정해 실시한 분석에서도 상향식 공천 시 하향식에 비해 연간 153건의 법안이 더 통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주의가 진전될수록, 제안된 법안 수가 많을수록 처리되는 법안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화지수 범위를 -10(독재체제)~10(민주체제)로 구분할 때 이 지수가 1 증가하면 연간 7.5건의 법안이 더 통과되고, 제안된 법안이 100건 증가하면 처리되는 법안도 14건 늘어났다.
그러나 1개 선거구에서 복수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는 법률안 통과 건수에 양(+)의 효과를 미치긴 하지만 상향공천제에 비해 그 영향이 매우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여당의석 비율이 1% 증가할 때 의원발의 법률안 통과건수가 연간 2.6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중선거구제에서는 여당의 과반의석이 담보되기 때문에 공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며 "이로 인해 여당이 정부발의 법률안에 대한 '고무도장' 역할만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향식 공천에서는 공천권을 행사하는 자가 모든 의사결정을 해 정당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힘들다"며 "반면 상향식 공천제에서는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화돼 정당 간 타협이나 의견조정이 훨씬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의 공천방식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헌법에 상향식으로 규정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안으로 봤으나 일단 공직선거법에 이를 명문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검증된 지방정치인이 국회로 진출할 경로를 열어주기 위해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시기를 일치시키고,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에도 경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