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3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이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hiang Mai Initiative) 다자화(CMIM)’ 체제에 위기예방(crisis prevention) 기능을 도입, 금융위기 이전이라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자금 지원 기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CMIM은 아세안+3(한·중·일) 국가의 금융위기시 달러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1200억 달러 규모의 다자간 통화스왑 체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중국 리융 재정부 부부장, 일본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등 아세안 및 한중일 재무장관들은 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앞서 ‘아세안+한중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공동메시지를 발표했다.
윤 장관은 “현재 위기해결(crisis resolution) 기능에 국한돼 있는 CMIM 체제가 보다 효과적인 지역금융안전망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위기예방 기능의도입 필요성을 제한해 한중일간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위기예방 기능 도입을 위해 △지역안정망인 CMIM과 글로벌안전망인 IMF간에 협력 원칙을 마련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CMIM의 규모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며 △IMF와의 정례적인 대화채널 구축 등 AMRO의 감시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세안+한중일 장관들은 차관들에게 이러한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으며 AMRO의 법적 지위를 국제적인 법인격을 갖춘 국제기구로 강화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도록 차관들에게 지시(mandate)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 장관은 “다들 CMIM 기금을 두배로 확대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했다”며 “다만 기금 규모를 확대하는데 따른 부담이 있어 쉽게 나서지 않고 있지만 회원국 중 금융위기를 겪는 나라가 있으면 금방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역내 경제감시기구(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AMRO))를 이달 중 출범시키고 초대 최고책임자 중국의 웨이 번화(Wei Benhua)와 일본의 요이치 네모토(Yoichi Nemoto)를 공동 선출했다. 초대 최고책임자의 임기 3년 중 첫 1년을 웨이가, 다음 2년을 네모토가 나눠 수행한다.
AMRO는 평시 AMRO는 평상시 역내 거시경제와 금융 상황을 점검하는 기능을 담당하지만 위기 시 회원국의 요청이 들어오면 자금 지원 결정에 필요한 보고서를 의사결정 기구인 집행위원회에 제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이들은 2003년 한국이 제안했던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 Asian Bond Markets Initiative) 논의에서도 진전을 이뤘다.
윤 장관은 “장관들은 향후 ABMI를 개선하기 위해 ABMI의 추진 목적과 포괄 범위 등을 재검토하도록 차관들에게 권한을 부여했다”며 “우리나라의 의견을 따라 채권시장 외에 주식·펀드·파생상품시장 등 포괄 범위(scope)에 ‘자본시장’을 포함해 검토하도록 함으로써 ACMI의 추진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세안+한중일 재무장관들은 역내증권결제기구(RSI: Regional Settlement Intermediary) 설립을 위한 국가간 규제 통일화(harmonization)의 첫단계로써 각국의 RSI 설립 관련 규제 리스트를 작성한 것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RSI의 경영타당성 검토 작업도 추진되기를 희망했다.
이와 함께 재무장관들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압력, 역내로의 자본유입의 변동성 심화 등에 대해 우려했다.
윤 장관은 “촤근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적절한 거시경제 정책을 채택하고 정책 공조를 강화키로 했다”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재정건전성 제고가 중요함을 인식하면서 경제구조의 개혁, 내수 진작, 고용 확대, 보호주의 배격 및 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대규모 자본유입에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거시경제정책과 거시건전성조치 등 정책을 함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무장관들은 아세안+3 금융협력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2012년 장관회의부터 각국 중앙은행 총재가 장관회의에 참석토록 하고 회의 명칭도 ‘아세안+3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로 전환키로 했다.
또한 향후 새로운 금융협력 의제로 아세안+3 역내 인프라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 역내 무역결제에서 역내 통화의 사용 확대 방안 및 역내 재난 보험체제의 도입 방안을 선정해 향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