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들의 중국 사랑 왜?

입력 2011-05-02 11:15 수정 2011-05-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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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을거리 13억 대륙에 있다"

국내 주요 그룹 오너들이 중국 삼매경 빠졌다. 미국을 견제할 만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시장을 잡아야 100년 지속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할 경우 언제든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오너들이 중국을 미래 성장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인식하며 적극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 동안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업무를 챙겨온 이건희 회장이 최근 서초사옥 출근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강조한 게 바로 중국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출근길에서 “중국이 아시아에서 크고 있고 영향이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삼성이 중국어 특기자를 우대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뜻이다.

삼성은 오는 9월 하반기 공채부터 중국 특기자에 최고 5%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승진시에도 중국어 가점비율을 확대하는 등 중국어 특기자를 우대하는 인사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삼성의 중국 사업비중이 커지고 중국의 세계 경제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영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서초 사옥에서 가진 그룹 임원과의 오찬에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전략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의 주력 분야인 조선·TV·LCD 등의 분야에서 중국 업체가 바짝 추격하며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1년 11월에도 중국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당시 이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삼성전자 사장단회의를 중국 상하이에서 열고 “중국의 대응 전략과 삼성의 생존전략이 함께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중국어를 할 줄 모르면 아마 취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난징자동차와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지난달 28일 중국 청두를 방문했다. 정 회장이 해외 현장경영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공장 준공식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브라질 공장 착공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세 번째 중국 합작법인의 설립 계약식에 참석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했다.

현대·기아차가 상용차 부문의 해외 첫 공장을 중국에 짓기로 한 것은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상용차 시장은 2010년 430만대에서 2015년 520만대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도시화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확충으로 앞으로 산업용 차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 ‘현대차 자동차경영연구원’을 발족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13~16일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후 중국에 사흘간 더 머물면서 미래 먹을거리로 떠오른 중국 소비재 산업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설립한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소비재 산업에 눈을 돌린 것. SK는 우선 에너지와 통신 등 중국 정부의 규제 장벽에 막힌 사업들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 두고, 명품 패션과 렌터카 등 소비재 사업군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소비재 사업은 당장 돈이 되는 알짜 비즈니스”라며 “특히 중국 부유층은 소비지향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청두시와 7대 사업 추진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영호 부회장 겸 SK차이나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맺은 ‘SK-청두시 전략적 전면협력 양해각서(MOU)’에는 △도시 개발 △바이오·의약 △정보통신 △스피드메이트(자동차 경정비) △수처리 △신소재·신재생에너지 등 7대 사업 분야가 포함됐다.

7대 사업 가운데 도시 개발 분야는 사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SK는 청두시내 중심 항공학교 부지에 청두 SK법인이 들어설 ‘SK타워’를 설립하고, 인근 지역을 복합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중국 유력 미디어 기업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들과 손잡고 청두시내 3·5환도로(도시순환도로) 사이의 나대지에 ‘미디어 클러스터(Media Cluster)’를 건설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판 헐리우드’로 조성되는 미디어 클러스터에는 영화사와 방송사, 엔터테인먼트 유관 산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SK는 상반기 이내에 부지 면적과 예산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중국 사업을 총괄할 ‘한화차이나’를 5월에 출범한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최근 그룹의 사업이 활발한 중국지역 사업장에서는 더 큰 관심과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화가족으로 새 출범한 한화솔라원을 비롯해 곧 상업생산에 들어갈 닝보 PVC 공장 그리고 중국 내 보험영업을 준비 중인 대한생명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중국 사업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한화는 2월 초부터 계열사별로 3~4명씩을 뽑아 한화차이나 설립 작업을 진행해 왔다. 과거 헝가리은행과 아테네은행 등 해외 사업에서 역할을 했던 직원들을 포함해 HSK(중국한어수평고시) 9급(11급이 최고) 이상 중국어 능통자 등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오너들의 이같은 중국 삼매경이 향후 글로벌 기업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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