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통계화 법적 근거 시급
“더 이상 동네의원을 못 믿겠어요.”
사당동에 사는 주부 김미경(가명.32)씨는 동네의원(1차 의료원) 오진 때문에 아이가 위험에 처할 뻔 한 상황을 얘기하면서 동네의원에 대해 강한 불신을 밝혔다.
김 씨는 생후 3개월 된 아이가 매일 밤 보채고 열이나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소아과에서는 감기로 추정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아이가 일주일이 지나도 낫지 않고 피가 섞인 변을 보자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큰 병원(2차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김 씨는 담당의사로 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배에 커다란 덩어리가 뭉쳐져 있어 장이 꼬였다. 왜 이렇게 늦게 병원에 왔냐”며 “좀더 방치했다면 자칫 아이가 사망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은 김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않았다.
이처럼 오진과 의료사고를 포함한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동네의원에 대한 불신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의료 피해구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761건으로 전년대비(711건) 7% 증가했다. 2008년에는 603건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가 118건(15.5%)으로 가장 많았고, 치과 107건(14.1%), 내과 87건(11.4%), 성형외과 71건(9.3%), 일반외과 66건(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2009년과 비교해 보면 정형외과는 2009년 94건에서 118건으로 25.5% 증가했고, 치과는 91건에서 107건으로 17.6% 증가했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척추질환의 증가와 보철, 임플란트 등 치아관련 진료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피해구제국 권남희 팀장은 “오진과 의료사고를 포함한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접수가 매년 늘고 있다”면서 “예전과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적극적인 대처 방식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통계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만 집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이나 일반병원 등의 통계자료(오진과 의료사고)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 다반사여서 전체적인 피해 사례를 파악하기에 애로가 많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대학병원이나 일반병원에서 발생하는 오진과 의료사고에 대해서 법적으로 공개를 의무화 하고 있어 소비자가 각 병원들의 오진율이나 의료사고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국내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피해구제 통계 자료가 충분치 않다”면서 “선진국 처럼 소비자들의 의료사고 등에 대한 주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법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사무총장은 “대학병원의 경우 피해구제 사례를 집계는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공개 하지 않고 있다”며 “오진과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은 돈으로 무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