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산사고에도 불구하고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비상근이어서 책임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어 농협의 지배구조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인사권 등 실제적인 지배 권력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경영에 일절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협 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자 선출직이다. 2004년 12월의 농협법 개정으로 중앙회장의 비상근 명예직로 변경됐다. 실제적인 경영은 신용, 축산, 전무, 농업 등 각 분야의 대표 이사들이 수행한다.
수백억원의 고객 피해를 입혔음에도 이재관 전무 이사가 사퇴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어불성설이게도 이 사표 수리는 최 회장이 한다. 명예직이지만 인사권은 죄다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지배구조가 내년경 신용(금융)과 경제(축산, 유통 등) 등 사업구조 개편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경영의 효율성보다는 회장을 어떻게 보고 누구 뒤에 서야 하는지에 더 신경을 쓰는 구조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협의 줄서기 관료문화가 하급 직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적이다. 또 안정적인 영업에서 벗어나 시장에 직접 나서게 될 경우 무리한 사업 확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번 전산마비 사태보다 더 큰 금융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조직의 효율성은 일이 발생한 뒤 사태 수습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