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친한 친구에게서 메신저로 쪽지가 와 별다른 의심 없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는 그런 쪽지를 보낸 사실이 없었고 누군가 친구 이름으로 대화명을 변경해 말을 걸었던 사실을 알게 돼 황당했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개인 사생활 노출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신저의 ‘대화명 변경’ 기능이 악용될 경우 사생활 및 개인정보가 사용자의 의도와 다르게 노출될 수 있지만 메신저 업체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맥, 위치정보, 스케줄 정보를 비롯해 개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며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본지가 삼성FN메신저, 미스리메신저, 네이트온메신저 등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3개의 메신저를 확인한 결과 네이트온은 ‘친구보기’ 설정에서 대화명과 실명이 같이 뜨도록 설정이 가능했으나 그외 삼성FN메신저와 미스리메신저는 타인의 실명으로 대화명을 변경해 대화를 나누거나 쪽지를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상대방이 확인하지 못하도록 ‘비공개’로 설정 가능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였다.
현재 FN메신저는 180만명, 미스리메신저는 30만명이 사용 중이다.
물론 사용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개인정보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을 갖추는 것의 1차적인 책임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있음에도 사실상 업체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며 서비스 자체로 직접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므로 개선 노력에 소홀한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대화 내용이나 대화명은 사용자가 설정하는 부분이므로 이에 관여할 경우 개인의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항변했다.
삼성증권의 협력업체로 삼성FN메신저를 개발한 이지닉스측 관계자는 “삼성증권에 메신저를 납품하는 것으로 주고객사의 요청사항이나 수정사항 없이 우리 마음대로 설정을 변경할 순 없다”면서 “해킹에 대한 기본적인 방어책을 적용돼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통신을 시도한 최소한의 이력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리메신저를 서비스하는 아데네트측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수시로 공지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서비스는 사용자의 개인정보 자체를 아예 받지 않기 때문에 대화명 옆에 실명 기재를 위해 개인정보를 받기 시작하면 해킹 등으로 인해 보안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측은 메신저로 인한 개인 정보 누출은 경찰청의 사후 규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사인간의 대화내용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고 직접적인 수단을 적용하는 것이 난해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맞지만 규제를 하게 되면 사용자이 불편을 겪게 되고 ‘언론의 자유’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사용자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관련 규제나 법령이 전무한데 방통위가 메신저 서비스 업체의 보안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 후 우수 등급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면책을 해주는 등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