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지출이 지난해 2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과 더불어 환율이 하락하면서 해외여행 등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 국외소비지출(명목 GDP기준)은 20조3175억원으로 전년(17조6083억원)보다 15.4% 증가했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대치다.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은 2004년 이후 4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2.2% 소폭 상승한데 이어 2009년에는 하락세로 반전, 5.8% 줄어들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불과 2년만에 다시 두자릿수 증가율을 회복한 것. 이는 경제 악화와 고환율 등으로 위축됐던 해외여행과 유학·연수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금융위기 직후 심리적 위축과 고환율로 해외여행을 자제했지만, 지난해에는 경기 회복과 더불어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면서 외국으로 나갈 유인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시가) 평균 추이를 보면 1달러당 2008년 1101.88원에서 2009년 1276.41원으로 상승했다가 지난해 1156.86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비거주자 국내 소비지출은 10조9330억원으로 전년보다 4.8%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1.0%, 2009년 20.5%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으나 3년만에 다시 한자릿수 증가율로 주저앉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올해 거주자의 해외소비는 지난해보다 더욱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소비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