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경제가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국제 식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농산물 수출 증가, 제조업의 견실한 발전과 소비 확대 등에 힘입어 9.2%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에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과 2002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었으나 그 후 강력한 농산물 수출 정책과 소비진작책을 펼치면서 위기에서 탈출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2년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9%의 성장률을 기록한 2009년을 제외하고 연 평균 8.0%를 웃도는 빠른 성장속도를 기록했다.
또 디폴트 선언 9년 만인 지난해 채무 대부분을 상환하면서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가 잇따라 신용등급을 올리는 등 경제 정상화에 진입했다.
아르헨티나의 핵심산업은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농업이다.
아르헨티나는 옥수수 수출 세계 2위, 콩은 세계 3위, 밀은 세계 4위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농업 대국이다.
지난해 콩 수출 규모는 200억달러(약 21조8000억원)를 기록해 아르헨티나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와인도 아르헨티나의 효자 수출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와인 생산은 남미 최대를 자랑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최고급 와인 산지인 멘도사에서 생산하는 말벡은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개인소비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하면서 경제의 활력소가 됐다.
소비 전망도 밝다.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6.3% 올랐다.
소비자신뢰지수를 집계하는 토르쿠아도 디 텔라 대학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경제상황에 대해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산업 생산이 전년 대비 41.2% 증가한 것에 힘입어 전체 산업생산이 10.5% 늘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은 총 72만4023대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산업생산도 건자재와 기계류 등의 생산 호조에 힘입어 전년에 비해 9.3% 늘어났다.
아르헨티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식통계로는 연율 11% 선이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실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가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공공지출을 확대하고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는 등 ‘민심 잡기’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공공지출은 30% 증가했고 대부분이 교통과 휘발유, 전력 등에 대한 서민 지원 용도로 쓰여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에 보너스와 월급 지급, 연말 연휴로 인한 소비증가 등으로 지폐가 부족해지자 브라질 조폐국으로부터 100폐소짜리 지폐 1억6000만장을 긴급수혈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마르코 델 폰트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 압박은 기업들이 수요를 맞추지 못해 발생한 결과”라며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통화공급을 올해 28% 늘리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펼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처방은 정반대되는 셈이다.
델 폰트 총재는 “대부분의 인플레이션은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촉발됐지만 아르헨티나는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로베르토 라바냐 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인플레이션은 나라 전체의 장기적 경제건전성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차기 정권은 긴축정책을 펼칠 지 여부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