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관치금융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주요 기관장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상임 감사 등 고위직 자리까지 위로부터 내려온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있어서다. 특히 금융공기업 등에 대해선 인사개입 노골적으로 이뤄져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낙하산 인사의 결정판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산업은행장 겸임) 임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산은금융 회장에) 강만수 회장을 임명한 것은 금융위기로 물밑으로 가라은 메가뱅크 설립 등의 정책을 대통령 인수위 시절 만들어진 로드맵에 따라 재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오기인사, 회전문인사, 보은인사로 표현되는 이명박 정부 인사 실패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강만수 회장 임명을 계기로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져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이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이석근씨가 신한은행 감사로, 금감원 거시감독국장 출신 박동순씨가 국민은행 감사로 갔고 정창모 금감원 연구위원은 대구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는 금감원 출신들이 ‘종결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한국거래소의 전산자회사 코스콤 감사에는 김상욱 전 대통령실 위민팀장을 임명했다. 김상욱 감사 역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윤석대 현 코스콤 전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조직이던 ‘안국포럼’ 출신이다.
또 최근 신임 본부장(등기 임원) 선임을 둘러싸고 노·사간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거래소(KRX)도 낙하산 인사의 종결지다. 지난 1956년 증권 시장 개설 이후 KRX 이사장(통합 전 KSE 포함)을 지낸 25명 중 내부 공채 출신은 단 1명 뿐이다.
금융권 한 고위 인사는 “정부의 인사 개입이 지나친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이들 낙하산 인사들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면 또 모르겠지만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재부의 공기업 평가 결과 대선 캠프나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출신이 기관장인 공기업 24곳 가운데 10곳이 C등급 이하 평가를 받았다.
한편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관행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개혁연구소의 ‘공공기관 지배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임직의 46.5%, 비상임직의 30.4%가 정·관계 출신이며, 상임직의 32.5%, 비상임직의 27.9%가 ‘대선관계 인사’로 채워졌다. 특히 상임 임원 중 관계 출신은 23.5%를 차지하는데 이 중 소속 정부부처 출신 공무원이 69.8%를 차지했다. 공공기관은 고위 관료들의 ‘낙하산’ 자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