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컬쳐]샘표식품 샘표스페이스

입력 2011-03-3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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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속 문화 둥지 ‘신기한 동거’

▲샘표스페이스 내 갤러리(사진=샘표식품)

바람이 분다. 네모난 성냥갑 같은 건물 안에서 바람이 분다. 솔솔 불어오는 간장 내음을 맡고 있노라면‘봄’의 알싸함이 성큼 다가와 있다. 봄향기가 물씬 나는 이 곳 샘표식품의 전시문화공간 샘표스페이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샘표스페이스는 2005년 11월 샘표식품의 이천공장 내에 만들어졌다. 간장 공장과 문화 갤러리의 수상하지만 신기한 동거(?)가 시작된 것.

본래 샘표스페이스는 샘표식품 이천공장 직원들의 자칫 딱딱해지고 정체될 수 있는 공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그래서 지금도 샘표식품은 전시가 오픈 될 때마다 작가와 큐레이터, 직원, 그리고 대표가 함께 모여 작가들의 작품 이야기를 듣고 관련 사회현상에 대해 토론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

샘표스페이스가 빛나는 것은 직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을 시도해서다.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문화 갤러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덕분에 샘표스페이스는 이천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문화 후원활동(메세나)적인 측면에서 문화예술의 지원은 물론 새로운 제품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시도, 문화를 통한 직원교육, 다양한 접점을 통한 고객과 소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된다.

샘표스페이스의 공간 디자인은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젊은 정신을 표방한다. 기존의 정형화된 화이트 큐브식 갤러리 형태에서 탈피해 전시관 자체를 자유로운 개성을 부여한 예술적 조형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더욱이 ‘공장 속 문화둥지’라는 공간적 입지는 비문화와 문화, 생산과 향유라는 대칭적 의미의 결합이자 새로운 문화코드 생성의 방식이다. 따라서 샘표스페이스에서는 기존 미술관이나 상업 화랑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주류 실험작품들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샘표스페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장이라는 장소다. 다른 갤러리와 다르게 공장에서 간장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 장소는 많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6년 1월 전시되었던 ‘공장 여인들의 명함만들기’ 프로젝트. ‘지금-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시작을 해보자는 의미와 여성 근로자들의 정체성을 찾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매우 사회성을 띄는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 근로자들의 사회적 역할을 폄하한 '공순이'라는 단어 대신, 경제 성장기의 밑거름이자 오빠와 남동생의 학비를 대던 여성 근로자들이 걸어온 길과 일상을 취재 후 명함으로 제작하여 많은 이슈를 남겼다.

올해 개관 7주년을 맞는 샘표 스페이스는 공장 안에 있는 전시장이라는 장소적인 특색을 더욱 살려 공장 근로자들과의 다양한 교류를 시도한다. 특히 간장공장 직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참여 전시, 샘표 소비자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일반인 작품 전시, 이천 지역 주민과의 연계를 통한 전시, 지역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공동 전시, 샘표 아이장 캠페인 참여가족과의 공동 작업 등 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과 연계한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샘표스페이스는 사회의 각계 각층에 대한 소통을 주제로 오는 4월 29일까지 고영미, 박성환 작가의 전시전‘섬’을 연다. 이번 전시는 대립되는 이익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의 불편한 진실을 화면 위에 펼쳐낸다. 동시에 두 작가는 이러한 이익과 필요성이 사라지면 너무도 쉽게 끊어지는 이익 집단 관계 사이에 ‘소통’을 키워드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상황에서도 권력(강자) 앞에 나약하기 짝이 없는 자신(희생자-약자)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모습에 우리는 고통스러워한다. 그제서야 주위를 살피면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약자들의 눈물과 한숨이 가슴 속 깊이 들어온다.

이러한 상황에 약자들은 분개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강자의 집단과 소통을 하고 싶어한다.하지만 제어해줄 수 있는,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생각에 개인만의 이익, 잠재의식 속 생존본능이 용기 있는 목소리를 제어한다.

그럴수록 현실과 개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의 차이로 인한 괴리감은 점점 커지며 악순환은 반복되고 사회는 제자리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탈피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타인이 대변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을 멈추고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작가의 ‘소통’이라는 주제처럼 샘표스페이스는 줄곧차게‘소통’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 지역사회 주민까지 같이 어우르는 샘표의‘더불어 사는 삶’에 60년 발효명가가 내는 깊은 장맛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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