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 요구는 정부의 시장 개입 주요 메뉴 가운데 하나다. 기업들의 인사계획은 기업 실적과 향후 전망 등에 따라 정교하게 산출되지만 청년 실업을 해결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신규 채용을 더 늘리라고 압박하기 마련이다. MB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올초 청와대는 30대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갖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어김없이 요구했다. 곧바로 기업 총수들은 수십조원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대답했다.
MB정부의 관치 부활 논란이 거센 가운데서도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30일 전경련에 따르면 2010년 30대그룹의 신규 채용은 10만7000명으로 2009년에 비해 42.1%나 증가했다.
하지만 재계는 30대그룹의 신규 고용 수치를 정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2010년 초만 해도 신규고용 계획은 8만1920명이었다. 작년 하반기 정부에서 상생을 강조한 후 변경된 수치는 9만6637명이었다. 정부 입김에 1만5000명이 늘어났고 실제 채용은 그보다 1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아무리 경제회복 속도가 빠르고 기업경기가 좋아졌다 하더라도 1년, 아니 6개월 만에 계획이 바뀌고 실제 채용인원이 늘어나는 것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청년실업을 줄이고 고용창출을 정권의 최대 목표 중 하나로 잡았던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과도한 고용창출과 투자를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상생을 강조하면서 부터 계획에도 없던 신규 고용인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며 “경기가 좋다면야 내부적으로 감내하겠지만 대외 변수가 생긴다면 기업의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이에 따라 국내외 경쟁력도 저하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MB정부는 기업들에게 약속한 법인세 인하 같은 기업 지원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유지해온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도 친기업을 강조한 MB 정부에서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경쟁국가인 대만이나 OECD 회원국인 수십 퍼센트의 법인세 인하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이 있는 나라치고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22%에서 20%로 낮춰주기로 했지만 친서민 정책에 밀려 2년이나 연기됐다. 역주행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재계에서는 임투세액 공제 제도 유지와 법인세 인하같은 친기업적 약속히 하루속히 지켜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법인세 인하 같은 경우 정부가 이미 예고를 한 정책인데 이걸 변경하면 투자를 늘릴 계획이던 기업이나 해외 투자가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