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乙 출마 여부가 정치권 최대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이를 바라보는 여권의 움직임은 초조하기만 하다. 자칫 손 대표의 출마가 분당 패배로 이어졌을 경우 당내 만연해 있는 ‘수도권 위기론’은 ‘필패론’으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김용태, 김성태 의원 등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용태 의원은 “그래도 분당인데 설마 하는 기류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진다면 책임론에 따른 쇄신만으론 안 된다. 당을 뒤흔들만한 변화가 따르지 않고서야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도 “분위기가 정말 안 좋다. 지역구를 다녀보면 민생고에 대한 여권 질책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면서 “분당마저 진다면 위기감은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 지도부의 움직임은 ‘혼돈’ 그 자체다. 손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던 지도부는 분열로 치닫고 있는 예비후보들에 대한 교통정리에만 몰입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재섭 전 대표를 공천하느냐, 다른 카드를 뽑아드느냐로 초점이 옮겨진 것이다.
그런데 손 대표가 25일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언급,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지도부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될 상황에 처했다. ‘신정아 폭로’로 사실상 좌초된 정운찬 카드마저 재등장할 조짐이다. 정 전 총리는 28일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그간의 사퇴의사를 번복, 동반성장위원장직을 계속해서 수행할 뜻을 밝혔음에도 여권 내에선 그에 대한 전략공천이 재거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의 혼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면이다.
야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손 대표가 이달 말까지 지도부와 논의해 최종결론을 내겠다고 한만큼 눈과 귀는 최고위원들에게로 모아졌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거듭 ‘손학규 차출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최고위원 등 이른바 손 대표의 경쟁자들은 여전히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계파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만 쇄신연대가 손 대표의 출마를 강하게 제기한 점을 미뤄볼 때 공동입장을 취해온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결단을 전제로 출마 찬성 입장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주선 최고위원 역시 일찌감치 “손 대표가 (출마를) 결단하면 당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어 손 대표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손 대표 측 핵심인사는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출마로) 기우는 분위기”라며 “어쨌든 손 대표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민주당 내에선 전현희 원내대변인과 윤덕홍 전 부총리 등이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현희 원내대변인의 경우 한나라당이 조윤선, 정옥임 의원 등 여성 비례대표를 출전시켰을 경우의 맞춤형 카드 성격이 짙고, 윤 전 부총리는 아직 본인 의지가 확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인다.
손 대표가 4.27재보선 최대 ‘상수’로 자리 잡음에 따라 그의 입장 여부에 따라 여야 모두 ‘변수’의 움직임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