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테라와 함께 ‘빅3’로 꼽히는 엑스엘(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와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도 4월말에서 5월경 유저들을 찾아갈 것으로 보여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몇 백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개발비, 뛰어난 그래픽, 오랜 게임 개발기간은 차치하고 이 게임들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외산 게임에 대항, 국내 온라인게임 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이들이 현재 몸 담고 있는 곳은 다르지만 결국 엔씨소프트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한국 게임사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중 하나이며 12년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Lineage)’. 리니지의 사전적 의미는 ‘공통된 조상으로부터 출생한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계보과정’을 뜻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를 만든 3인의 거장은 과거 리니지 시리즈의 제작을 주도했던 인물들로 엔씨소프트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테라를 만든 박용현 프로듀서와 블레이드앤소울 총괄제작자인 배재현 전무는 과거 리니지1, 2, 3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진이었으며 최초의 MMORPG인 ‘바람의 나라’를 만들고 리니지1에 관여했던 송재경 전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현재 엑스엘게임즈의 대표로 아키에이지를 만들고 있는 것.
테라가 뚜껑을 열기 전 리니지의 아류작으로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정통성’ 시비에 휘말린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 테라는 기존 인기작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전체 게임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테라의 공격에도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은 수치상으로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남은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라는 ‘논타겟팅’ 기법을 내세워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했다. 논타겟팅 기법이 다른 게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MMORPG 장르에서는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는 11월 오픈베타테스트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 역시 기존 게임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사냥 등의 기본적 콘텐츠는 기본이고 게임 내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MMORPG에서 집은 단지 배경으로 쓰일 뿐이었지 유저가 직접 지을 수는 없었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전투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놀거리에 관심이 없을 것이지만 아키에이지는 다양한 놀거리가 있기 때문에 테라나 블레이드앤소울과 다른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동양적 무협 MMORPG’를 내세우며 또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표로 제작되고 있다.
이 빅3 대작 게임은 결국 리니지의 혈통을 이어받았지만 경쟁 속에 온라인 게임을 더욱 발전시키며 게임 역사의 한 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송재경 대표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보고 충격을 받은 뒤 아키에이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받은 충격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는 얘기다. 이들 빅3 게임이 한때 블리자드가 평정했던 국내 MMORPG 시장을 개척하고 좋은 선례를 남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