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장수기업]한글과컴퓨터 “시련은 끝”…세계를 향해 뛴다

입력 2011-03-22 11:00 수정 2011-03-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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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억·100만개 판매…한국 최초 수식어 따라다녀

한국 IT기업의 살아 있는 역사 ‘한글과컴퓨터’가 창립 21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은 사용해 봤거나 지금도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는 프로그램이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다. 그만큼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국산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알려지고 널리 쓰이는 프로그램이다.

◇ 토종 워드프로세스의 출현

지난 1989년 이찬진, 김형집, 우원식 세 사람이 서울대학교 서클에서 만나 만든 국산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한글1.0’을 개발해 공개했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되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은 초보적인 수준으로 ‘보석글’,‘하나워드’등 외국 프로그램을 한글화한 것이어서 기능상 문제가 많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시된 한글은 사용하기 쉬운 워드프로세서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을 풀어준 토종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이었다.

이찬진 대표(현 드림위즈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1990년 10월9일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글과컴퓨터를 창립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로 매출액 100억원 달성(93년), 국내 소프트웨어 최초로 1000만개 판매(94년), 벤처 기업 최초 코스닥 입성(96년) 등 한컴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한컴은 93년 윈도우용 워드프로세서 ‘한글 3.0’과 ‘한글 오피스 3.0’을 출시해 윈도우 운영시스템에 대응했다. 또 1996년에는 한글주제어를 입력하면 해당단어가 포함된 모든 문서의 목록을 찾아주는 한글정보검색엔진 ‘심마니’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국내 IT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경영에 위기를 맞았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000만달러를 투자받는 조건으로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컴의 한글 사업 포기 소식을 접한 사용자들은 한글살리기에 나섰다. PC통신과 인터넷 상에서는 네티즌들의 한글 살리기 서명운동이 전개됐고 벤처기업 협회가 전국민 1만원 모금운동에 돌입하는 등 벤처기업과 프로그래머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이처럼 한글 살리기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국민주공모 및 회원모집 운동 등으로 마련한 100억원의 자금이 한컴을 회생시킬 수 있었고, 한컴은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이후 한.중.일 협력 아시아눅스 한국측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워드프로세스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외산 대비 약 1/3 정도 저렴한 가격과 강력한 호환성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 금융권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외산에 집중되어 있는 오피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토종 대안 오피스 소프트웨어로 부각하며 국내 오피스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 경영실패로 10년간 주인 9번 바뀌어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컴이 지금처럼 성장하기 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모기업의 부실로 지난 10년간 주인이 9번 바뀌었다. 지난해 4월에는 상장폐지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한컴의 9번째 주인이 된 김상철 소트프포럼 회장은 “한컴의 모든 걸 분기별로 투명하게 발표하며 단 1원도 한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한국의 한컴이 아니라 세계적인 SW업체로 자존심을 갖고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한국IBM, 컴팩코리아, 한국HP를 거쳐 델코리아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 이홍구 대표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맞았다.

▲이홍구 한글과 컴퓨터 대표
◇ 모바일 사업 내세워 새로운 도약 준비

한컴은 올해 사업전략 발표에서 오피스 중심의 핵심역량 강화와 모바일 오피스 씽크프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컴은 전체 매출, 모바일 매출 비중, 해외 매출 비중 부분에서 각각 20%의 수치를 달성하겠다는 ‘20-20-20’ 목표를 제시했다.

한컴은 지난달 독일의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원앤원과 계약을 맺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인 ‘씽크프리 서버 인테그레이터(Thinkfree Server Integrator)'를 공급하기로 했다며 본격적인 해외진출의 시작을 알렸다.

한컴은 이번 계약은 차세대 오피스 분야에서 한컴이 글로벌 시장에 B2C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사례를 구축하게 된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컴은 해외 시장에서 모바일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오피스 솔루션인 씽크프리의 강점을 살려, 2011년도 한컴의 신성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와 함께 대외적인 성장과 함께, 한컴의 내부에서도 자정적인 변화와 함께 신뢰받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목표도 공개했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전문 경영체제를 확립한 재무적 투명경영과 함께, 개발자를 우대하는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여 외형적 확대를 위한 내부기반을 다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홍구 한컴 대표는 “오늘을 계기로 기존의 한컴은 잊어도 좋다”며 “올해야 말로 한컴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모바일 오피스, 클라우드 솔루션 등의 트렌드와 만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1년의 한컴은 기존의 국민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전 세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업이 될 것”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컴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 545억원, 영업이익 170억원 달성을 목표를 내걸었다.

▲2011년 시무식에서 이홍구 대표가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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