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이 갈수록 가관이다. 지난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은 ‘국민을 섬기는 공천’ ‘개혁 공천’을 약속했다. 당시 정몽준 전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사퇴했고, 당은 ‘쇄신특위’를 가동에 당 일신에 나섰다.
당시 쇄신특위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상향식 공천이 무력화됐다며 이런 폐단을 원천 차단시키기 위해 ‘상향식 공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에는 ‘공천개혁특위’를 가동, ‘공천개혁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공천 행태를 보면 이 모든 것이 공언(空言)이었음을 보여준다.
세종시 파동으로 낙마한 정 전 총리.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공천신청 마감일인 지난 15일까지 신청서를 내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공천대상에서 배제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를 후보로 내면 대항마로 정 전 총리를 전략 공천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김 전 지사의 김해을 출마를 마냥 지켜고 있는 당의 모습도 꼴볼견이다. 당은 예비후보자들에게 200여개 항목의 ‘자기검증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후보의 도덕성·청렴성을 우선으로 꼽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미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갖가지 흠결로 낙마한 인물이다. 굳이 후보자의‘자기검증서’로 갈음하지 않더라도 당이 김 전 지사의 출마를 수용하는 모양새는 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여당의 텃밭인 분당을과 친노의 성지인 김해을 등에서 전패하면 정치적 타격이 크다는 위기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단순히 ‘필승론’에 휩싸여 명분과 원칙을 버리고 1개 지역에 매달리는 모습에서 그간의 ‘자기반성’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을 섬기는 공천’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 1석을 얻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100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