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를 뒤흔든 대지진으로 일본 증시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지만 일본 펀드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침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경기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률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일본 펀드에서 일주일간(16일 기준) 2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북미(191억원)와 대만(-1억원)을 제외하고 전 지역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다. 이에 일본 펀드 설정액은 58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시장 참여자들은 대지진에 따른 일본 증시 폭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일본 펀드 엑소더스'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했었다.
일본 펀드 1주일 수익률은 16일 현재 -16.56%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평균 -3.89%를 4배이상 하회하는 것이다. 대지진 발생 이전 선진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투탑(Two Top)'으로 주목을 받았던 북미펀드(-1.40%)와 비교하면 그 결과는 더욱더 처참하다.
대형증권사 압구정지점 PB는 "수익률 급락에 환매를 문의하는 전화는 많이 오지만 실제로 돈을 빼가는 고객은 많지 않다"며 "환매를 결정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선진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최근 1개월 사이 일본증시 반등을 보고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신규고객을 제외한 일본 펀드투자자 대부분이 지난해 이미 리밸런싱에 나섰는 설명이다. 실제 일본펀드에는 6개월 기준 43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1개월 기준으로는 102억원이 유입됐다. 대지진 직전 선진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일본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기존 투자자와 신규투자자들의 '바통터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07년 말 니케이225지수가 1만8000선때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현재 수익률이 -40%를 넘어설 만큼 손실폭이 크다는 점도 자금유출이 미미한 이유다. 3년 이상의 투자자들의 경우 이미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를 바라보기 때문에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부진이 장기화된다 하더라도 일본 펀드의 급격한 자금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 김상민 이사는 "대부분의 일본펀드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라며 "일본쪽 상황이 심화된다 할지라도 자금이탈이 급격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지진 충격이 방사능 공포로 전이되면서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적극 진정에 나서고 있는 만큼 사태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