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사태가 중동 수니파와 시아파 국가 간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해 수니파 국가들이 군과 경찰을 파견하자 시아파 국가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의 군사적 지원을 받은 바레인 군·경은 16일(현지시간) 시위 중심지였던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시아파가 주축을 이룬 시위대는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한 달째 왕정 교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외국의 군사 개입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14일 바레인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군 병력과 경찰을 바레인에 파견헤 시위 진압 지원활동에 착수했다.
이들 국가는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의 공동방위조약을 근거로 파병을 단행하며 바레인 수니파 왕정의 수호를 자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이라크는 바레인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강력 비난하며 수니파 국가들의 군사적 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이날 수천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참여한 가운데 바레인과 사우디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라크 시아파의 저명한 성직자인 바시르 알-나자피는 "우리는 바레인 정부가 평화적인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이웃국가들에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바레인 지도층이 폭력과 종파 분쟁을 피하고 협상이라는 현명한 길을 택할 것을 촉구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수니파 국가들의 군사적 개입 비난에 가세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바레인 국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매우 추악한 방식"이라면서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란 정부는 전일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 스위스 대사, 바레인 대리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사우디군의 바레인 파병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슬람권에서는 632년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가 사망한 이후 무슬림 사이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졌다.
수니파는 무슬림 공동체(움마)의 순나(관행)를 추종하는 자들로 정통 무슬림을 자처하는 반면, 시아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를 따르는 자들로 예언자의 후계자인 '칼리파'를 알리 가문에 돌려주려는 운동에서 태동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