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부는 女風]철강분야 ‘女’보란듯 당당한 ‘鐵의 여인’

입력 2011-03-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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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구조물 제조업체 백양씨엠피 이정한 대표

“급할 땐 작업복 입고 직접 공장에서 절곡, 용접, 포장까지 다 합니다. 심지어 트럭을 몰기도 합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자리 잡은 반도체 장비부품·판금·철 구조물 제조업체 백양씨엠피 이정한 대표의 일상이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남성 일색인 철강 분야에서 10여년 간 백양씨엠피를 이끌어왔다.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뛰어들고,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무조건 될 때까지 시도하는 뚝심의 주인공이다.

◇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이정한 백양씨엠피 대표가 공장을 방문해 각 작업 현장을 둘러보며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1980년대 말 남편과 함께 운영했던 스테인레스 도매상의 경영난이 지속되자 이정한 대표는 경영일선에 나섰다. 지난 2001년 법인전환(백양씨엠피)과 함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 대표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모두 시도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 임가공(일정한 값을 받고 물품을 가공하는 일)부터 시작했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레이저 장비를 도입하고 판금부 신설, 제관제작, 프레임 주문 등을 병행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 규모가 커져 있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하나를 알면 열을 알게 된다고, 하다 보니 돈이 되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직원들도 다행히 내가 가는 길을 묵묵히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백양씨엠피의 저력은 이 대표의 긍정적인 신념에서 비롯됐다. 기술에 대한 믿음은 물론 간절하면 무조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 대표를 지켜왔다.

그는 “남성 위주의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고 좋은 제품을 정직하게 만드는 건 기본”이라며 “10번이고 20번이고 문을 두드리면 결국은 그 쪽에서 마음을 연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자신감으로 자칫 범하기 쉬운 ‘과감한 베팅’을 자제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길을 택하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리스크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거래를 피하고 작은 거래를 여러 개 나눠 진행해왔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예전에는 재하청을 받다가 이제는 중간단계를 없앤 1단계 하청업체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설명했다.

백양씨엠피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6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목표는 65억~70억원이다.

◇ 현장에서 더 빛나는 ‘사장님’

‘무조건 된다’는 뚝심으로 현장에서 더욱 빛나는 이 대표는 그만큼 직원들에게는 든든한 수장이기도 하다. 항상 뜨는 업체를 대상으로 거래처 확보는 물론 해당 업체 담당자에게 가장 적절한 백양 직원을 연결시켜 업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도 이 대표다. 이 표는 “직원들이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래도 나는 무조건 하겠다고 밀어붙인다”며 “무조건 거래처 물건을 가지고 와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그들에게 보여주며 결국 거래를 성사시킨다”고 말했다.

거래처가 견적을 잘못 뽑아 이 대표가 직접 종이로 모형을 만들어 일일이 설명을 해 견적을 제대로 바로잡은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견적서에 3000만원에 해당되는 금액이 1500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며 “내가 직접 모형을 가지고 설명한 결과 2배나 적은 견적을 바로잡았고 그 업체는 나의 노고에 상당히 놀랬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 대표는 자신감과 함께 시장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표 역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거래처 담당자와의 미팅 전 회사 앞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30분은 고민했다”며 “미팅 도중 온 몸에 땀이 흘러 모든 얘기가 끝나면 항상 옷이 젖어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끈기, 열정과 함께 그 수상내역도 화려하다. 지난 2003년 시흥시 여성상, 2004년 경기 우수여성경제인상, 2005년 모범여성 기업인상(중소기업청), 2006년 벤처산업발전분야 표창(경기도지사), 2007년 노사화합분야 표창(조달청), 2008년 여성경제인 표창(기획재정부)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경기지회장으로 취임했다.

◇ 가슴으로 직원대하니 ‘가족’보다 더 끈끈

“직장은 모든 직원이 신이 나야 한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제조업이 3D업종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힘든 분야이기에 ‘즐거움’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긍정적으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한다”며 “이를 위해 체육의 날, 무작정 술 마시기 날, 영화보는 날 등을 정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과 한 마음으로 가자’는 이 대표의 이러한 모토는 직원들을 대하는 마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장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직원 식당을 만들어 매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김치를 직접 담가 이 대표의 배려에 보답한다.

이 대표는 “내가 아픈 세월을 산 만큼 직원은 절대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직원 가족이 아프면 음식을 해서 보내고 현장의 젊은 친구들을 위해 옷을 사 입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진심이 직원들에게도 전달되다 보니 직원들이 회사를 아끼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이 대표는 “직원들은 나보다 더 회사를 생각한다”며 “낮밤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며 심지어 명절에도 근무를 자처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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