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北위로전문 보내 분위기 반전 노리나

입력 2011-03-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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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개선하고 北日수교회담 재개 의도 분석

북한이 일본 지진 피해에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명의의 전문을 고노에 다다테루 일본적십자사 대표에게 보내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지진 및 해일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와 물질적 손실이 있었다는 불행한 소식을 접하게 돼 당신과 피해자, 또 그 가족들에게 동정과 위문을 보낸다"고 밝혔다.

북한이 일본에 이 같은 위로전문을 보낸 것은 일단 일본에 보내는 국제사회의 온정 행렬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우리도 할 도리는 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제사회가 북한을 '반인권' 국가로 지목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겪는 대재앙에 대해 적십자 채널을 통해 위로의사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정상국가'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는 당시 강성산 총리가 나서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에게 위로전문을 보냈고, 2004년 니가타 현 지진피해에도 적십자 채널을 통해 위로의 뜻을 전한 바 있다.

북한은 고베지진 당시 20만달러, 니가타 지진 때는 3만달러의 위문금을 보내기도 한 바 있어 이번 대지진 피해와 관련해서도 성금을 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는 15일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일본 지진피해에 위로의사를 전함으로써 말썽꾸러기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위로전문에는 북일 수교회담의 재개를 노린 북한 측의 속내도 동시에 담겼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일본이 대북제재로 맞서면서 양국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이번 지진참사에 위로를 전달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대북협상에 다소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화해무드를 조성함으로써 회담 재개의 디딤돌을 놓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신임 외무상은 지난 9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납치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성의있게 대응한다면 마찬가지로 (성의있게) 대응할 의사가 있다"며 북일간 양자대화에 대해서도 "거부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임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도 작년 12월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북일간 대화를 재개하고자 2011년에 실무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도 최근 들어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일본의 과거청산을 잇달아 강조하면서 북일회담 재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 "일본의 정책작성자들이 조일 현안문제와 관계 개선에 관심을 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과거 죄악을 덮어두고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정의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북일회담 재개에 관심을 표하면서도 회담이 재개되면 그동안 쟁점이 돼온 일본의 과거청산 문제를 우선 거론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로전문에는 납치 문제 등으로 북한에 적대적인 일본 국민의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북한의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일본의 여론이 북한문제에 매우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지진 피해로 인한 아픔을 나누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본내 대북시각을 조금 바꿔보려는 의도도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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