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닷컴버블·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경고한 ‘위기 예언자’

입력 2011-03-15 11:00 수정 2011-03-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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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던가.

1930년대 대공황과 1973·1979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에 이어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세계를 초토화시킬만한 위력을 지닌 위기를 거치면서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 중 한 명이 로버트 실러(사진) 예일대학교 교수다.

실러 교수는 1967년 미시간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과 197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2년부터 현재까지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 동향을 반영하는 ‘S&P/케이스-실러지수’의 공동 창시자인 실러 교수는 2000년 내놓은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주목을 받으며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비이성적 과열’이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처음 한 말이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비이성적 과열’이란 표현은 주식시장의 버블을 경고한 실러 교수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그린스펀 전 총재가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을 쓰기 며칠 전 실러 교수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 힌트를 줬다는 후문이다.

그린스펀 전 총재 재임 시절인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특히 1996년 당시 주식시장은 이른바 ‘닷컴 버블’효과로 주가가 치솟으면서 무작정 주식시장에 ‘올인’하던 투자자들로 심각한 버블현상을 보였다.

그린스펀 전 총재는 투자자들이 이처럼 이성을 잃고 앞다퉈 증권시장에 몰려드는 현상에 대해 ‘비이성적 과열’이란 두 단어로 경종을 울렸다.

실러 교수의 닷컴버블 붕괴 예언서인 ‘비이성적 과열’은 출간 직후부터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순식간에 전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앞서 내놓은 저서 ‘매크로 마켓(Macro Markets)’은 1996년 폴 새뮤얼슨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폴 새무얼슨상은 금융 관련 분야에서 지대한 업적을 남긴 학자에게 주는 권위있는 상으로, 미국의 첫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폴 새뮤얼슨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새뮤얼슨은 지난 2009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이후 ‘비이성적 과열’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무렵인 2005년경 또 한번 등장했다.

실러 교수는 2005년 12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집 값은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부동산 거품을 만들고 있다”며 “30~40년 전에 비해 현재 집값이 매우 높지만 현재는 상당 부분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것이지 실제 가치가 올라간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 부동산 시장도 ‘비이성적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1년 반 후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집값 상승 붐에 휩쓸려 무리해서 부동산투자에 나선 것이 화근이 돼 이른바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2006년 미국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고, 이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늘렸다.

투기 세력들은 자연히 부동산 투기에서 손을 뗐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주택 가격이 서서히 내렸다면 문제 없었겠지만 주택 급락의 충격은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았다.

집값이 폭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빚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도시는 차압당한 깡통주택들로 넘쳐났다.

찬밥 신세였던 ‘S&P/케이스-실러지수’가 주요 경제지표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케이스-실러’라는 명칭은 실러 교수와 칼 케이스 웰슬리 대학 교수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실러 교수와 케이스 교수는 1980년대에 ‘S&P/케이스-실러지수’를 만들고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 케이스-실러 와이스를 설립, 2002년 정보기술 솔루션 업체인 파이서브가 회사를 매입하면서부터 경제지표 중 하나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케이스-실러지수는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실러 교수가 이끄는 시장조사업체 매크로마켓이 공동으로 산출해 S&P가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미국 주택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실러 교수 약력:

△1946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생 △1967년 미시간대 졸업 △1968년 MIT 경제학 석사 학위 취득 △1972년 MIT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 △1982년~현재 예일대 교수 △1991년 S&P/케이스-실러지수 창시 △ 저서 : 매크로 마켓(1993년)·비이성적 과열(2000년)·야성적 충동(2009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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