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에 뒤통수 맞은 현대증권

입력 2011-03-02 11:05 수정 2011-03-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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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자문형 랩’ 출시 반나절 만에 판매 보류 해프닝

적립식 자문형 랩 판매 중단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치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국내 증권사들에게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 판매를 자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립식 자문형 랩이 사실상 펀드와 큰 차이가 없고 증권사들의 경쟁이 과열조짐이 보이면서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때까지 해당 상품의 판매를 사실상 중단시키겠다는 것.

적립식 자문형 랩은 매달 50~100만원의 일정한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은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인 'QnA 투자자문랩-적립식'을 출시 반나절 만에 중단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금감원은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던 문제인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은 “이미 적립식 자문형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었다”면서 “판매 규제에 대한 정식 공문 등은 없었지만 지난주 각 증권사 실무자 회의가 있었고 나름대로 방향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 반응이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고 상품을 출시한지 하루도 안 돼 판매 자제를 요청한 것은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사자인 현대증권 측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판매를 보류해 오히려 이번 판매 중단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품 출시를 준비해온 현업 부서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관계자는 “약 한 달 전부터 금융당국의 승인을 소식을 받고 2주전부터 출시 준비를 해왔다”며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판매가 중단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랩 상품 출시에 있어 당국의 승인은 약관 점검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점검에 치우쳐있다”며 “랩에 대한 정책 방향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의 판매가 중단되긴 했지만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 증권사들이 새 규제에 맞는 영업형태로 판매한다면 기존 상품들이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측은 “금융당국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정식 승인을 받은 상품이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을 비롯해 지금까지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을 판매해오던 증권사들은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고객에게도 해지를 유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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