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신한은행장의 말처럼 신한은행은 올해 은행간 영업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현지화’를 통한 해외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한 해 이른바 ‘신한사태’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일찍부터 포화가 된 국내 시장을 대신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금융권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전세계 14개국에 53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중에서 현지법인은행이 10개를 차지하고 있어 단순한 숫자를 넘어 질적으로도 양호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태스크포스팀(TFT)를 통해 추진해 온 일본과 베트남의 현지화 작업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국내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기반 마련 △글로벌 역량 구축 △잘 할 수 있는 시장에서 자신있는 사업모델로 진출 등을 전제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대와 함께 국내에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진출대상 국가의 언어, 문화 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저한 리스크관리, 현지화 마케팅 등 글로벌 역량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전략이 통한 것도 현지 상황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잡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은 보수적인 금융 문화 때문에 외국 금융사들에는 난공불락이었다. 과거 한국 은행들의 일본 지역 점포가 10여 곳에 달했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 신한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는 두 번째로 일본 현지법인(SBJ)을 설립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SBJ은행은 제로금리가 당연시되는 일본 금융권에서 과감하게 금리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일본 중소 은행들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0.3~0.5%의 금리를 제공한 데 비해 1년 만기 1.4%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들고 나온 것. 공격적 마케팅으로 지난해 10월 기준 총자산 4100억엔, 영업이익 10억엔을 올리며 일본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법인 전환 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예수금은 340%, 대출은 47%나 늘었다. 특히 현지법인화를 통해 현지인 예금 비율이 90%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은 진출대상 국가에 대한 정보의 부족, 정치적 위험, 사업위험, 문화적 측면의 이질성, 규제 및 감독체계의 차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신한은행은 해외 현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인과 지점 설립 뿐 아니라 현지은행 인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 행장은 “주력 핵심시장에서는 지역별로 성장 및 수익성 모델의 개발을 통한 자력성장과 더불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도약의 기회를 포착해 향후 2~3년내 권역(Regional) 은행으로 집중 육성해 진정한 글로벌은행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와 공동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소비자금융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되는 베트남에서 ‘카드사업프로젝트’ 론칭을 준비하는 등 금융지주사의 장점을 활용해 그룹내 자회사들과의 동반진출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