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진 광주은행장이 차기 행장 선임을 앞두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만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우리금융 자회사인 광주·경남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하고 있다.
17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 회장과 송 행장은 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6차 우리금융지주 포럼’에 함께 참석했다. 포럼을 마치고 두 사람은 자리를 마련해 짧게나마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포럼에서 늘상 만나긴 하지만 따로 시간을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차기 행장 선임을 앞둔 시기여서 두 사람의 만남이 예삿일이 아닌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두 사람은 송 행장의 차기 행장 후보 지원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행장 후보는 외부전문가와 주주대표, 예금보호공사 대표 등을 포함한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에서 결정하지만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만큼 그의 영향력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역시 행추위에 참여할 예정이다. 행추위는 모두 7명이다.
광주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15일부터 광주 본점에서 ‘송 행장 연임 반대 농성’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분리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진배 광주은행 노조 정책국장은 “민영화에 대해 송 행장이 독선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분리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쟁취할 때까지 농성을 진행할 것이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리 매각을 원하지 않는 이 회장, 송 행장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다. 광주 상공회의소 등 지역 여론도 노조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회장이 올해 민영화 재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다.
이 때문에 광주은행 차기 행장이 송 행장 연임 유력에서 내부 임원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업은행 출신인 송 행장 보다는 내부 구성원을 끌고 갈 수 있는 광주은행 임원 출신을 새 행장 후보로 세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광주은행 내에서는 몇몇 임원이 차기 행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은행은 차기 행장에 박영빈 행장 직무대행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직무대행은 경남은행에서 부행장, 수석부행장, 사외이사 등을 거치며 내부인사란 평을 받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경남은행 내부에서는 박 직무대행이 차기 행장에 선임되는 것을 자연스런 절차로 보고 있을 정도다.
한편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의 행추위는 18일경 첫번째 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마감은 첫 회의 뒤 영업일 기준 7일 이내에 해야 한다. 3월 첫째 주 경에는 이들 은행의 후보자 윤곽이 나타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