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이 우유대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유업체들은 성수기인 5월 신제품 출시를 위해 3월부터 준비한다. 이에 따라 2월말까지 구제역이 종식되지 않을 경우 신제품 출시는 물론 올해 사업계획 자체가 흐트러진다.
서울우유는 원유 공급량이 15% 정도 줄어들면서 유업계에서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했다. 구제역 발생 전에는 매일 평균 1850t을 집유했는데 지금은 1550∼1600t으로 줄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수도권에 농가가 몰려 있어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전라도에 농장이 몰려있지만 다른 지역 농장 피해가 심각했다. 하루 집유량이 700t에서 630t으로 10%가량 줄었다. 충남에 농장이 있는 남양유업은 800∼900t에서 약 2.5~5% 집유량이 감소했다.
당장 10~15%까지 원유공급이 떨어졌지만 지금까지는 겨울 비수기여서 감내가 가능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학교급식수요가 본격화되고 아이스크림 수요가 생기는 4월부터 전국적인 우유대란이 찾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에 불구하고 업체들은 할 수 있는 대응이 별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날씨가 풀리면서 자동으로 구제역이 종식되는 것과 정부의 지난달 18일 탈지·전지분유에 대한 할당관세 시행만을 기대하고 있다.
업체들의 희망사항과 다르게 구제역은 15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사그라들지만 이상기후로 다시 한파가 찾아오는 등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정부의 수입 물량을 늘리는 대책도 국내 농가 및 업체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월말까지 원유수급이 나아지지 않으면 업체들이 탈지분유를 포함한 가공유를 줄이고 원유 확보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로 탈지분유 재고분은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탈지분유 재고량은 938t으로 1995년 6월 757t 이후 처음으로 재고량 1000t 선이 붕괴됐다. 탈지분유는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한 뒤 건조해 분말로 만든 것으로 제과 및 제빵, 아이스크림, 발효유 등에 쓰인다.
이는 원유를 사용한 식품산업에 전반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업체들은 원유가격을 국가에서 정하기 때문에 우유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공급이 부족할 경우 가공유를 필요로 하는 식품 산업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