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대가 4일(현지시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일(Departure Day)'를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메카로 떠오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날 이슬람 모스크에서 금요 기도회를 끝낸 시민들이 정오를 전후한 시각부터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도심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든 시위대는 "오늘은 마지막 날", "오늘은 경축일", "떠나라, 떠나라,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시위대의 행렬은 나일 강을 가로지른 `카스르 알-나일' 다리로부터 타흐리르 광장까지 1㎞ 이상 이어졌다.
반정부 시위는 카이로뿐 아니라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포트 사이드, 만수라, 다만눌, 칼루비야, 엘 아리쉬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도 열렸다.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모습을 나타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고, 일부 시민은 그를 향해 "우리는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와 관련, 이집트 외무장관을 지낸 무사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당연히 내 조국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다"며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바디에 최고지도자는 이날 알-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한 뒤에 정부 측과의 대화에 응하겠다며 `선 퇴진, 후 대화' 안을 제시했다.
1년 전 무슬림형제단의 8대 지도자로 선출됐던 바디에는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라며 "그 요구가 충족되어야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핵심 지도자로 떠오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에 명예 퇴진을 재차 요구했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국민은 새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유가 쟁취될 때까지 시위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