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는 더 이상 노후 대비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재정을 좌우할 수도 있고 나아가 세계 경제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문제다. 이 책은 인구 고령화가 경제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고령화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알아본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고령 인구의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 저축 감소, 연금과 의료비 같은 고령화 관련 지출로 인한 정부의 공공 지출 증가 등 고령화가 초래하는 경제 문제들을 살피고, 고령화 시대에는 물가와 자산 가격 등 경제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검토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선진국과 아직은 인구 연령이 젊은 개발도상국 사이에 어떤 차이가 생겨나고 이것이 세계 경제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전망한다. 또 종교, 국제 안보, 세계화, 이민 증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의 추세와 관련해서도 고령화를 분석한다.
나라마다 인구 연령 구조가 다르고 인구 증감률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령화에 따른 비용 지출에서도 차이가 나며, 노동력을 공급하는 생산 가능 인구도 줄어드는 곳이 있고 남아도는 곳이 있다.
이에 따라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공공 지출에서 인구의 연령 구조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비용이 전체의 40~60%를 차지하므로 각 나라가 고령화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판도까지도 바뀔 수 있다.
이 책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이렇게 “고령화는 경제 문제다”라는 기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UBS 투자 은행의 선임 경제 고문으로서 거시 경제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 조지 매그너스(George Magnus)는 아예 “고령화 논란의 핵심은 돈”이라고 단언한다.
고령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조명한 기존의 책들이 개인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재테크 요령 소개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책은 인구 고령화가 초래할 ‘거시 경제적 변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고령화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지만 고령화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차를 이용해 경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나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현재 선진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인데 개발도상국은 8%이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처럼 이 비율이 20%가 되는 시기는 2050년이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개발도상국이 이렇게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이득, 즉 ‘인구 구조 배당금(demographic dividend)’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출산율을 낮게 유지해 유년층 부양비를 낮춤으로써 총부양비를 끌어내려야 하며, 늘어난 생산 가능 인구에 적절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치솟는 실업과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수준이 향상되기 전에 고령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이 당장의 빈곤과 저소득, 사회 갈등으로 인해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정작 고령화했을 때 고령화 자체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게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국가의 역할은 또다시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 인구와 여성의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과 고용주를 설득하고, 정년 연장이나 연금 지급을 늦추며, 이민 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보건, 교육, 노동 시장 제도, 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 정도, 국가 저축과 조세 제도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공공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데, 이러한 문제를 자유 시장에 맡겨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국제적 차원에서도 무역과 자본 및 노동의 이동 문제,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 문제 등 고령화 사회와 맞물린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는 일도 시장이 아닌 정부 간의 다자간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