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중재안 수용 앞두고 경영권 보장 시그널 해석
-범 현대가 유증 불참...현정은 회장 경영권 안정화
범(汎)현대家에 속하는 현대중공업이 KCC와 현대건설에 이어 현대상선의 주주 우선배정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제시한 경영권 보장을 골자로 한 '중재안'에 대한 현대그룹의 수용 결정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신호로 보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4일 현대상선 유상증자 주주청약의 마감시한인 오후께 유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현대상선의 주요 주주인 현대건설도 이번 유상증자에 불참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KCC는 지난 23일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KCC는 현대상선의 지분 일부를 정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지난 3일 현대상선 상환우선주 59만주를 상환한 데 이어 6~10일에는 보통주 103만5330주를 장내매매로 처분했다. KCC가 우선주와 보통주 163만여주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548억원 정도다.
KCC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현대건설 인수전과는 무관한 것이며 해외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폴리실리콘 합작사와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현대상선의 이번 유상증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면서 필요한 인수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불투명진 상황에서 굳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압박하는 등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성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중공업(17.60%)과 현대삼호중공업(7.87%), KCC(4.29%) 등 범 현대가의 지분율은 33.78%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8.30%) 인수에 성공할 경우 42.08%로 올라가, 현대그룹의 지분율 42.57%와 거의 맞먹게 된다.
이는 곧 지분 경쟁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범 현대가가 현대상선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순환 출자 구조의 핵심역할을 하는 회사로, 이 회사 지분 50% 이상을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에 범 현대가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정은 현대상선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와 상관없이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상당부분 덜게 됐다. KCC는 유상증자 불참뿐 아니라 보유 주식의 일부 매각 및 이번 유상증자 불참으로 범 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2%포인트 이상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이번 유상증자는 총액인수 조건이어서 주관사인 동양종금증권과 인수단인 동부증권, 솔로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 실권주를 인수키로 한 만큼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