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이른바‘서민금융상품’이 봇물을 이뤘다. 이들 상품은 금융 소외계층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사회안전망 역할을 일부 담당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출시된 만큼 대출심사기준 강화와 같은 정부정책에 따라 쏠림 현상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26일 대출이 시작된 햇살론은 11월 말까지 14만3737건, 1조3103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자금용도별로 생계자금 49.7%(6514억1000만원), 운영자금 50.1%(6562억원), 창업자금 0.2%(26억6000만원) 순이었다.
신용등급별로 6,7등급에 각각 3985억5000만원(30.4%), 3772억5000만원(28.4%)이 대출하는 등 6등급 이하의 대출건수가 전체의 72.4%를 차지했다.
그러나 하루 평균 대출액은 점차 감소추세다. 햇살론의 대출이 가장 왕성하게 이뤄졌던 8월 넷째주(23~27일)의 하루 평균 대출액은 286억7000만원이었으나 최근엔 40억원 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하는 햇살론은 지난 8월 하순 금융당국의 독려 속에 하루 평균 287억원이 대출되는 등 ‘서민금융’의 대표주자로 떠올랐으나 이후 부정대출 등으로 인한 대출심사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햇살론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저신용, 저소득 서민계층에게 10%대의 금리로 높은 호응을 얻었지만 최근 부정대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부정대출을 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심사기준이 강화되면서 대출자들이 정부 당국이 은행권에 요청해 지난달 출시한 새희망홀씨 대출로 급격히 이동하는 추세다. 지난달 8일 출시된 새희망홀씨 대출은 상품 출시 한달도 안돼 대출실적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은행별로는 지난 12월10일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305억원의 대출실적을 보였으며 신한은행 248억원, 농협 232억원, 우리은행 230억원 등이다.
미소금융도 월별 대출합계액이 지난 1월엔 7억4000만원에 불과했지만 햇살론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뒤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지난 10월 129억8000만원, 11월 158억8000만원 등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햇살론의 대출기준이 강화되는 시점에 새희망홀씨 대출이 출시되면서 저신용, 저소득 서민계층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심사기준이 완화된 새희망홀씨로 급격히 이동하는 현상을 보였다”면서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의 이용 대상과 대출상품이 비슷한 만큼 이같은 쏠림 현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각각에 대한 금융지원 성격을 구별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생계자금 및 운영자금 지원은 현재 경제활동을 하면서 소득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창업지원은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햇살론은 시장원리에 의해 공급되어야 할 생계자금과 운영자금만을 지원하도록 하고 저금리 자금지원과 비계량평가 등 전문 컨설팅이 필요한 창업지원은 미소금융재단이 전담하는 등 역할이 나눠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