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아시아 최대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 기간 중 양국은 350억달러(약 40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원 총리는 파키스탄 방문 직전 인도에서 160억달러 규모 경제협약을 체결하고 양국의 교역액을 5년 안에 1000억달러로 확대할 것에 합의한 바 있다.
말리하 로드히 전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와의 회동에서 “중국은 오늘날 파키스탄의 개발과 투자 요구를 맞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키스탄과 중국의 전략적 관계는 미국-파키스탄 관계와 달리 양국민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바오 총리는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파키스탄과의 우호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원 총리는 전일 파키스탄 의회 연설에서 “양국은 영원한 형제”라면서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4월 파키스탄에 2기의 원자로를 추가 공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자체 개발한 최신예 전투기 ‘젠-10’을 수출하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원 총리는 인도 방문에서 당초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인도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로 했지만 파키스탄을 의식해 언급을 피했다고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규모 경제협력이라는 선물을 통해 인도와 관계를 개선하고 파키스탄과의 동맹은 강화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원 총리는 인도 방문에서 양국 경제교류 확대 약속과 더불어 “중국의 거대 소비시장을 인도 기업들에 더 개방하겠다”고 다짐해 환영을 받았다.
파키스탄에는 인도와의 160억달러보다 2배가 넘는 350억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중국과 인도의 관계 개선을 우려하는 파키스탄 정부를 달랬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지난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3차례나 전쟁을 치를 정도로 오랜 앙숙 관계다.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를 놓고 양국은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고 인도는 최근 파키스탄이 인도 내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