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증시는 지난 2년간 아랍 세계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집트 증시 벤치마크인 EGX30 지수는 올해 11%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다른 중동 국가들이 허덕이는 반면 이집트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한 것이 증시 강세로 이어졌다.
이집트 경제는 올해 5.1%, 내년에 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아랍권에서 가장 건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증시의 올해 가장 큰 성과로는 MSCI 이머징마켓 지수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레바논 등 이웃국가들 대부분의 경제규모와 시가총액이 신흥 개발도상국 중 상대적으로 적은 프론티어 마켓에 해당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집트의 MSCI 이머징마켓 지수 편입은 이집트 경제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외투자자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6개월간 이집트 증시에는 12억달러(약 1조3824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은 전체의 25%에 이른다.
12억달러라는 수치는 브라질과 중국 등 신흥국 선두주자들에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과 비교하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집트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810억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수치다.
이집트 증시가 올해 평탄하게 흘러 간 것 만은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이집트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집트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집트 최대 통신업체 오라스콤 텔레콤이 알제리 정부로부터 알제리에 있는 자회사를 국유화시키겠다는 위협을 받아 주가가 떨어진 것도 회사의 규모와 영향력 때문에 이집트 전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식료품비와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비공식적 물가 안정선인 6~8%를 웃돌고 정부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도 잠재적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집트 증시가 중동에서 제일 전망이 밝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집트 증시는 석유에 의존하는 이웃국가들과 달리 8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증시 변동성이 적고 소득증가로 인한 소비확대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집트 증시는 아랍권에서 법제환경이 제일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집트 금융감독청은 영국 금융감독청(FSA)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규정과 시스템이 서구 선진국과 많이 비슷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한 증권업체의 이집트 법인 대표인 카림 사아다는 “이집트에서는 내부거래와 주가조작 같은 시장교란행위를 규제하는 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이집트 증시 시스템은 100% 만족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계속 큰 폭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상품이 없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칼리드 세얌 이집트 증권거래소 회장은 “내년에 이집트 증시에서 파생상품을 다루기 시작할 것이고 상장지수펀드(ETF)도 도입할 것”이라며 발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