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매물로 나온 일본의 알짜 기업들 인수에 혈안이 되면서 일본 기업들에 위기감이 역력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중국과 홍콩 기업이 올 들어 발표한 일본에서의 기업 인수·합병(M&A) 건수는 44건, 규모는 4억3770만달러(약 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09년 기록한 33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건수 기준으로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그 동안은 중국 기업들은 성장에 급급해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등한시했지만 급성장을 배경으로 일본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에 대한 중요성에 눈을 뜬 것.
도이체증권 투자은행 자문부문의 막스 슈타인 공동 본부장은 “중국 기업은 일본 기업이 가진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 기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를 들면 중국의 대형 섬유업체인 산둥루이커지집단은 지난 7월 108년 전통의 일본 의류업체 레나운에 40억엔을 출자해 42%의 의결권을 취득했다. 레나운의 주가는 5월 21일까지 2년간 60%나 하락했다.
필름 메이커인 히가시야마 필름과 대형 가전할인점 체인 라옥스도 중국 가전유통업체인 쑤닝전기에 지분 27%를 넘겼다.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M&A는 급성장을 배경으로 핫머니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3조9000억달러로 2005년의 7배로 불어났다. 반면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5년간 30% 이상 침체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5년간 총 182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M&A를 성공시켰다.
중국 기업들의 자금 공세에 일본 기업들은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식품과 의류 업계에 큰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일본 섬유업체인 도레 디플로모드의 오리모 겐지 수석 패터너는 “일본 기업은 계속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며 “앞으로 회사내에선 인사도 ‘니하오’로 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